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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목포 산낙지'

중앙일보

입력

온전히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이 음식으로 식탁에 오른다. 곧 사람의 손에 들린 나무젓가락의 공격이 시작된다. 살금살금 침입해 머리 밑을 잽싸게 낚아채 답삭 들어 올린다. 몸을 낮추고 바닥에 붙어보았지만 아무 소용없다.

발버둥을 치자 다른 한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 척하다가 발끝까지 한번에 '쫘악' 훑어내린다. 그것도 모자라 더이상 꼼짝 못하게 나무젓가락에 돌돌 만다. 그대로 짭짤하고 고소한 참기름장이 발라진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몸이 나무젓가락에서 빠진다. 이 틈이다 싶어 마지막 용을 쓴다. 이 발 저 발을 닥치는 대로 다시 붙여본다. 뺨.코, 심지어 안경까지. 이 역시 아무 소용없다. 급격히 힘이 빠지면서 상황은 '일단락'된다.

다음부터는 이런 소리가 난다.

"입 천장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기가 막히군." "이처럼 쫄깃한 맛은 어느 음식도 따라가지 못할걸." 방금 전까지 꼬물대던 것에 대한 칭송이다. 입 큰 개구리처럼 벌렸던 입을 어느 새 굳게 닫고, 오물오물 입놀림하며 떠드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그래도 아랑곳없다. 어느 한 입 뒤질세라 식탁에 둘러앉은 입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몸집이 자그마한 세발낙지 먹는 얘기다. 세발낙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곤 벌써 군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을 게다. 그러나 서울 시내에서 세발낙지를 맛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서울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인근에 있는 '목포 산낙지'(02-391-7992)집은 간판은 목포지만 전남 고흥 녹동에서 직송되는 산낙지를 취급하는 곳이다. 찾는 손님들은 점심이든 저녁이든 대부분 세발낙지부터 시작한다. 다음 코스는 산낙지를 끓여 만든 연포탕으로 넘어간다. 발 굵기가 엄지손가락만한 것도 있지만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다음은 국수. 낙지를 익혀낸 붉은 빛 국물에 생국수를 끓인다. 올이 가는데도 쫄깃해 낙지 씹는 맛을 연장해서 느낄 수 있다. 겉절이 배추김치와 상추 무침의 상큼함이 젓가락질을 더욱 부추긴다.

계산대에서 지불한 금액은 4만5천원. 상세 내역은 세발낙지(6마리) 2만원.연포탕(소) 2만원.생국수(2인분) 2천원.소주(1병) 3천원. 종업원 수가 넉넉한 편이 아니므로 친절이나 서비스는 기대할 수준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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