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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촉했는데 “의장이 안하면 된다”…김용민의 헛발질

중앙일보

입력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정보원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정보원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민의힘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방해하는 데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며 돌파책으로 ‘박병석 등판론’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에서) 추천위원 1명이 사퇴하더라도 의결에는 지장이 없다”며 “국회의장이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해촉하지 않으면 된다. 그럼 위원 1명이 불출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즉시 “황당하다”(법사위 소속 보좌관)는 반응이 나왔다. 전날 박 의장 직인이 선명히 찍힌 해촉 통지서가 이미 당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이었던 임정혁 변호사는 17일 “소위 비토(veto·거부)권까지 포기했지만 이제 역할의 한계를 느낀다”고 사퇴를 선언했다. 임 변호사 해촉 서류는 사퇴 선언 당일 국회 의안과장·의사국장·사무차장·사무총장을 거쳐 국회의장 결재까지 끝났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2시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추천위원 해촉’이라는 제목의 국회의장 공문을 아예 일반에 공개한 상황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이 어제 임정혁 변호사를 해임하고 곧바로 국민의힘에 추천위원 재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것은 박 의장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7명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걸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오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18일 오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18일 오전 공개한 해촉 통지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18일 오전 공개한 해촉 통지서.

해촉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박 의장을 압박한 김 의원의 실수는 현재 법사위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날 민주당과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7인의 추천위를 구성한 뒤 회의체를 소집하고 의결하는 것이 마땅하다”(국민의힘), “그동안의 판례와 해석에 따라 개의와 의결요건을 충족하면 추천위원회는 후보 선정에 있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민주당)고 각자 성명서를 내면서 충돌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재소집됐다. 위원장을 맡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남은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축구는 11명, 야구는 9명이 돼야 시합이 가능한 것처럼 오늘 회의도 7명이 채워지지 않으면 회의 소집과 의결사항은 무효”라고 기자들에게 밝힌 뒤 회의에 참석했다.

민주당은 개정한 공수처법에 따라 가결정족수(3분의2)만 채우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추천위원이 6명이라도 5명만 찬성하는 쪽으로 많이 나오면 2명을 추천해서 그 2명을 대통령에게 올리고 그 중에 한 분을 선택하는 것으로 정리돼 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제5차회의에서 참석 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제5차회의에서 참석 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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