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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江南 공기, 都心보다 나쁘다

중앙일보

입력

수도권의 대기오염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석탄.석유 등 난방연료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SO2)가 대기오염 주범으로 여겨지던 1990년대 초. 아황산가스의 농도가 높은 문래동.길음동.구로동 등이 서울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곳으로 꼽혔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일산화탄소(CO)는 시청 앞이 최고였다.

그러나 서울의 공장이 대부분 시외로 이전하고, 연료가 천연가스.저유황유로 대체되면서 아황산가스와 일산화탄소의 농도는 전반적으로 크게 낮아졌다.

대신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질소(NO2), 여기서 생성된 오존(O3)이나 미세먼지(PM10)가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오염의 주범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서울 도심보다 강남권의 공기가 더 나쁘고, 일부 경기지역도 서울 도심 못지 않게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이는 환경부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수도권 지역의 대기오염 변화를 측정한 결과다.


대기오염이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오염물질로 인해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거나 건강에 피해를 보는 경우▶동식물의 성장과 활동에 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대기오염 물질은 먼지와 같은 입자상태와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 등과 같은 가스상태로 구분된다.

◇ 서울 남동지역 오염 악화

강남의 대치동.잠실동.천호동은 이산화질소의 농도가 98년 당시 서울의 평균을 밑돌았으나 2001년 현재는 모두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매년 꾸준히 농도가 증가한 결과다.

동쪽의 구의동.면목동도 이산화질소 농도가 98년 이후 계속 높아졌다. 반면 북한산.도봉산.수락산에 막혀 대기순환이 잘 안되는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북쪽에서는 번동이 꾸준히 악화됐을뿐 방학동.길음동은 소폭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강서지역에서는 화곡동이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꾸준히 공기가 나아졌다. 문래동.구로동.궁동 등은 악화됐지만 그 정도가 강남지역에 못미쳤다.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천식을 일으키고 폐기능을 저하시키는 미세먼지의 농도도 서울 남동쪽의 악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2001년 현재 대치동.천호동.면목동.성수동.구의동은 도심에 가까운 이화동, 북쪽의 번동과 함께 서울에서 가장 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가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하루를 기준으로 환경기준치(150㎎/㎥)를 초과한 횟수도 서울 전체에서 천호동.이화동.번동.성수동.구의동 순으로 많았다.

◇ 서울보다 오염 심한 경기

기침.가슴통증.목 따끔거림을 유발하고 호흡기질환을 악화시키는 오존의 경우 경기지역이 이미 서울을 앞지르고 있다. 98년의 경우 오존농도가 환경기준(8시간당 0.06ppm, 1시간당 0.01ppm)을 연간 10회 이상 자주 넘어서는 곳은 대부분 서울지역이었다.

2001년에는 서울은 27개 관측소 중 12곳이 기준치(8시간당)를 넘어선 반면 경기도는 32개 중 19곳이나 됐다. 농도가 더 높아져 오존 주의보(1시간당 0.12ppm)까지 발령된 일도 98년의 경우 서울이 17회로 경기도의 16회보다 많았다.

그러나 99년부터 13회와 22회로 뒤바뀐 데 이어 2000년은 16회와 29회, 2001년은 5회와 17회다. 경기지역의 발령 횟수가 전국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세먼지는 2001년 현재 경기지역 32곳 중 절반인 16곳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는 서울의 연평균치(71㎎/㎥) 이상이다. 안산 원시동은 105㎍/㎥로 서울 최고치 94㎍/㎥(이화동)보다 높다.

이산화질소 역시 2001년 현재 수원 권선동.안양 호계동.성남 성남동.광명 철산동.시흥 정왕동에서 서울 평균(0.037ppm)과 같거나 웃돌았다. 부천 심곡동은 0.046ppm으로 서울의 최고치(0.047ppm, 이화동.번동)와 비슷했다.

◇ 원인과 대책

전문가들은 큰 공장이 없는 도시에서는 이산화질소 배출량의 대부분은 자동차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산화질소는 맑고 바람이 잔잔한 여름날처럼 자외선의 자극을 받으면 석유계 화학물질과 결합해 오존을 만들어낸다. 미세먼지 역시 자동차, 특히 최근 급증한 경유차의 배출가스가 주범이다.

결국 공통적으로 자동차가 가장 큰 대기오염 원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여기에 교통량.소통상황 등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량의 증감과 오염이 흩어지는 것을 막는 지형적 장애물이 지역별 편차를 낳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립대 동종인 교수는 "서울은 남.동.북쪽이 산으로 막혀 역디귿자형으로 오염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강남지역은 밀집한 고층건물이 오염물질의 확산을 어렵게 하고 차량운행이 집중돼 오염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테헤란로는 자동차 평균시속이 97년 14.8㎞에서 98년 21.5㎞로 잠깐 개선됐다가 99년 18.6㎞, 2000년 16.8㎞, 2001년 16.3㎞로 계속 낮아져 서울시내 주요간선도로 가운데 가장 정체가 심하다.

경기도의 경우 인구증가가 정체된 서울과 달리 인구증가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이미 2000년부터 서울을 앞질렀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김동영 박사는 "경기지역 도시들은 교통체증도, 대기오염도 서울과 별 차이없다"면서 "수도권 전반의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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