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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목숨인데 …

중앙일보

입력

무기력한 도피인가, 인간만의 특권인가. 지난 1일 홍콩의 유명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46)이 투신 자살을 하더니 뒤이어 우리나라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타나 교육자 등의 자살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자살을 어떻게 봐야 할까.

살면서 한번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자살 충동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절실하고 지속적일 경우다.

자살(suicide)의 어원은 라틴어의 'sui(자기 자신을)'와 'cædo(죽이다)'의 합성어다. 문자 그대로 당사자가 자유 의사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다.

괴테(1749~1832)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사랑을 얻지 못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문학작품 속에서 자살은 대개 이렇듯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살은 삶의 벼랑 끝에 몰려 누구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절망과 무기력 상태에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19명(2001년 기준)이 자살한다. 전체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8위를 차지한다. 자살률은 10만명당 15.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5위다.

10~19세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와 암에 이어 자살이 세 번째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도 27.6%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청소년 자살은 주로 우울증 등 정신장애.성적 부진.가정 불화.이성문제.왕따 등 때문이다.


자살 자체는 형법상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생명의 존엄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극단적인 범죄 행위로 생각한다.

소외와 절망의 사막에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생텍쥐페리(1900~1944)의 자전적 소설 '인간의 대지'(1939)는 사막에서 일어난 비행기 조난사고를 다룬다. 주인공은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굶주린 채 며칠을 헤매다 쓰러진다.

생존 본능이 사라진 극한상황에서도 그는 문득 자기가 살아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릴 아내와 동료를 떠올린다. 주인공은 그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깎아지른 듯한 산을 다시 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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