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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노화] 18. 활기찬 노년을

중앙일보

입력

장수하는 노인은 절대 고독하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친척.친구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다. 늘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유머감각이 있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우울증.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육체가 지치는 일도 적다. 배우자가 먼저 숨지는 등 극히 힘든 상황을 맞아도 역경을 통해 더 강해진다. 친구가 전혀 없는 사람은 한 명 이상의 친구가 있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세배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친구나 연인을 만나면 스트레스가 가벼워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 사회적 유대감도 훌륭한 장수약이다. 따라서 내성적인 사람은 노후에 자원봉사 활동.종교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다.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 '일과 사랑'.

30년 전만 해도 노년은 모든 일.사랑.인간 관계를 털어내고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로 보았다. '사회 유리설'(disengagement theory)이 그 근거였다. 완숙한 노년생활이란 복잡한 사회활동과 연결을 끊고 무거운 책임.의무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은거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현재는 이와 정반대인 활동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노인이 되어도 운동과 사회활동을 계속하며 직업과 사회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쪽이 병에 덜 걸리며 오래 산다는 것이다.


미국의 노화연구 단체인 맥아더 재단 존 로 박사는 "주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의미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노년에 더 중요하다"며 "나이든 사람, 특히 남자 노인은 아내나 가까운 친구.가족이 없으면 질병에 걸리거나 천수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에게는 돈벌이가 되든 안되든, 보람 있고 가치 있으며 몸의 움직임을 요구하는 일은 모두 생산적인 활동"이라며 "파트타임 직업, 자원봉사, 손자 돌보기, 집안일 하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 오래 일해야 장수한다

노년까지 일하면 생활의 규칙성과 활력이 유지돼 장수에 유리하다. 미국에선 1백세가 넘은 직장인까지 나왔다. 최근 5년간 미국에서 최고령 노동자상(賞)을 받은 사람 가운데는 1백2세의 환경과학 교수.기계공학자가 포함돼 있다. 미국의 유명 약국체인인 CVS엔 현재 90대 근로자가 6명이고 80대가 1백23명에 이른다.

현직 보석 디자이너인 1백1세의 잭 타미스는 83년간 같은 일을 했고 97세에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내를 사랑하고 자신이 잠들도록 놔두지 말며 흥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장수 비결이다.

마이클 드비토(90)는 노인복지시설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자신의 신용카드와 아파트를 갖고 싶어 파트타임 직장인으로 복귀했다. 매주 4일, 하루 4시간씩 물 뿌리고 청소하며 고객을 돕는 일을 '생애 최고의 직업'으로 여기며 즐긴다.

'리얼 에이지'(건강 나이) 개념을 도입한 미국의 의사 마이클 로이젠 박사는 "결혼 여부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 수, 교회.지역단체.동호인 모임 가입 여부 등이 건강나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사별.이혼한 사람은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이든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보라"고 채근하는 배우자가 없어 병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수명 단축으로 귀결된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35세 기혼 남성은 같은 나이 미혼 남성에 비해 건강 나이가 6.3세나 젊다. 결혼은 남자에게 더 많은 수명 연장 효과를 준다.

50대 미만 기혼 여성의 경우 같은 나이 미혼 여성보다 건강 나이가 2.4세 젊어지는데 그친다. 이혼을 하더라도 여성의 건강 나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도 50세 이후 이혼하면 건강 나이가 3.5세 높아진다(로이젠 박사).

◇ 낙천적인 성격이 장수에 도움

늘 밝은 면을 보고 살면 오래 살 수 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이 1960년대에 8백여명의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30년 후 이들의 평균 수명.질병 등을 조사한 결과 매사에 낙천적.긍정적으로 평가됐던 사람이 비관적.부정적이었던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19% 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이 되기 전의 사망률은 50%나 낮았다. 이 연구를 수행한 도시히코 마루타 박사는 "낙천적인 사람은 우울증.비애감에 빠질 가능성이 작고 자신을 잘 돌볼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가 가톨릭 수녀들을 대상으로 성격과 수명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도 비슷했다. 20대 때 긍정적인 글을 많이 남긴 수녀들이 더 오래 살고 우울증을 덜 경험했다.

◇ 성생활의 수명 연장 효과

정상적인 성생활은 젊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로이젠 박사는 "미국인의 경우 연 평균 성행위 횟수가 58회인데 이를 두배(주 2회꼴)로 늘리면 건강 나이가 대략 1.6세 낮아진다"고 추산한다.

미국 아칸소대학 의대 데이비드 리프시츠 교수는 "매주 두번 이상 절정감을 느끼는 남성은 한 달에 한번 느끼는 남성에 비해 사망률이 50%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여성의 경우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면 횟수에 관계없이 수명이 연장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

재미 노화학자인 유병팔 박사는 심장병 환자라도 성생활을 기피할 이유가 딱히 없다고 본다. 그는 "심장마비를 겪은 직후엔 성생활을 삼가야 하나 평소엔 하등 문제가 없다"며 "성생활은 운동효과가 있어 오히려 심장마비 위험성을 줄여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생활과 장수의 관계는 아직 논란 중이다. 미국 노화연구소의 마크 매트슨 박사는 "독신 성직자들의 평균수명이 일반인과 비슷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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