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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으면 300만원, 부부 육아휴직 월 최대 600만원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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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년 8월 출산 예정인 직장인 홍모(33)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아이를 낳고 1년 정도 일을 쉬면서 직접 돌보고 싶은데 계약직이라 육아휴직을 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하면 계약기간이 만료될 수도 있어서다. 홍씨는 “계약을 연장하려면 덜 쉬고 일찍 복직해 성과를 내야 할텐데 양가 부모가 지방에 살아 아이 봐줄 형편이 안 된다”며 “남편이 휴직하면 좋겠지만 그러기도 어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출산위 4차 기본계획 확정 #2022년부터 영아수당 월 30만원 #육아휴직자 2025년까지 두 배로 #기업 장려금도 월 30만→200만원

2030 젊은 맞벌이 부부는 홍씨처럼 출산과 동시에 육아 부담에 맞닥뜨린다. 아빠 육아휴직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육아는 여전히 대부분 엄마 몫이다. 한국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출산율 0명대’ 국가로 기록된 이유이기도 하다.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주요 핵심 정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주요 핵심 정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가 짧게라도 부모가 함께 육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앞으로 영아를 둔 부모가 휴직하면 월 최대 6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홍씨가 육아휴직을 쓸 경우 혜택을 보게 된다. 또 2022년부터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는 0~1세에게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지급한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을 1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브리핑에서 “남녀가 함께 돌보는 문화를 확산하고 장기적으로는 일과 삶이 공존하는 사회로 혁신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4차 계획의 기본 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생후 12개월이 안 된 자녀를 둔 부모가 3개월씩 육아휴직을 쓸 경우 첫 달 200만원, 둘째 달 250만원, 셋째 달 300만원 식으로 각각 최대 300만원(통상임금 100%)까지 지원한다. 지금은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하면 두 번째 사용자(대개 아빠)는 최대 250만원, 먼저 휴직하는 엄마는 최대 150만원을 받았다. 이 액수가 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12만명 정도가 추가로 휴직을 이용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부모 중 한 사람만 휴직하더라도 이전보다 육아휴직 급여를 더 받을 수 있다. 첫 3개월 이후 9개월간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과 한도를 각각 현행 50%, 120만원에서 80%, 150만원으로 올린다. 기업 입장에서도 휴직을 독려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근로자가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썼을 때 기업은 지원금으로 월 200만원씩 석 달간 받는다. 기존 30만원에서 대폭 오른 액수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육아휴직자는 10만5165명으로 남성이 21.2%(2만2297명)이다.

학습지교사·프리랜서에도 혜택

지금은 고용보험 가입자만 육아휴직 대상이다. 앞으로 전체 취업자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 등)와 예술인·프리랜서·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확대한다. 먼저 고용보험 체계로 이들을 편입한 뒤 향후 육아휴직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육아휴직자를 현재의 두 배인 약 20만명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 목표다.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2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0~1세에게 영아수당을 준다. 약 3조원을 들여 일단 30만원으로 시작하고 2025년 5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린다. 현재 양육수당으로 만 0세(24만3000명) 20만원, 만 1세(17만9700명) 15만원씩 주는데 이 수당이 대폭 오르는 셈이다. 다만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영아수당은 지급하지 않는다.

다자녀 전용 임대주택 2만7500호 공급

육아휴직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육아휴직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임신했거나 출산한 여성이 병원 진료비로 쓸 수 있는 국민행복카드(임신·출산 진료비 바우처) 한도도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이외에 200만원의 바우처를 추가로 준다. 사용처가 제한된 국민행복카드와 달리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아이를 낳으면 의료비와 초기 육아비용으로 3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다자녀 혜택도 늘려 간다. 다자녀 가구 전용 임대주택을 내년부터 2025년까지 2만7500가구 공급한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데 2자녀 이상 다자녀가 돼 큰 평수로 옮기길 원할 때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낡은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소형 평형 2세대를 1세대로 리모델링해 다자녀 가구에 우선 지원한다. 중위소득 20% 이하 3자녀 이상 가구에 연간 최대 520만원까지 주던 등록금을 셋째 자녀부터 전액 지원한다.

일각에선 기존 정책 혜택을 넓히긴 했으나 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청년 관련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집값 상승으로 주거 문제가 심각해졌다. 출산 관련 최악의 환경이 조성됐는데 이번 대책을 보면 그런 부분에서 절박함이 안 보인다”며 “개별 사업들로 구성된 기본계획만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특단의 조치로 한꺼번에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 빠진 부분, 부족한 부분을 채워 국민 모두 정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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