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종인의 사과..배신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15 20:08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공수처법 의결한 날..김종인 '이명박 박근혜 사죄'
국민의힘 사죄내용 실천한다면..와신상담 변곡점 될수도

1.
오늘(15일)은 정치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날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수처법을 의결하면서 감격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공수처법은 권력개혁의 핵심’이며 ‘한국 민주주의 오랜 숙원이 완성됐다’고..그래서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감회가 깊다’고 말했습니다.

2.
같은 시각 야당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김종인은 ‘전직 대통령(이명박 박근혜)을 배출한 당시 집권당으로서 책임이 막중하나 사죄가 없었다’는 점을 반성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책임있는 정당이 그간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이 부족’했고 ‘그 구태의연함으로 국민에 큰 실망감을 준’ 행태를 사과했습니다.
이러한 반성에 따라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3.
참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청와대는 4월 총선에서 얻은 절대의석의 파괴력을 만끽하는 모습입니다.
공수처법 개정의 여러 문제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 쏠린 따가운 눈초리 등은 안중에 없는 듯합니다.

대통령은 ‘앞으로 공수처는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입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수처 중립성 보장을 위한 장치였던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무리수를 저지르고도..대통령은 오불관언인양 말합니다.
절대권력의 오만이 느껴집니다.

4.
반면 국민의힘은 탯줄을 끊어내는 진통의 모습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일찌감치 사과를 예고해왔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서, 특히 TK(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친박 진영에서 격렬하게 반발해왔습니다. 일부에선 김종인에 대해 ‘뜨네기’‘늙은이’등 조롱도 나왔습니다.

진통에도 불구하고 사과문은 ‘국민의힘’이름으로 발표됐습니다. 내용도 선명합니다. 더 늦지 않았다는 점에도 타이밍도 좋습니다.

절대권력의 폭주에 수모를 겪을만큼 겪은 야당이 마침내 와신상담, 자세를 낮췄습니다.

5.
국민의힘은 진정 와신상담한다면 민주당의 논평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신영대 대변인의 ‘사과를 존중한다’는 논평은 새길 대목이 있습니다.

두가지 포인트를 찍었습니다.
하나, ‘(사과 내용이) 실천으로 이어져야한다’는 점.
둘, ‘김종인 개인만의 반성이 아니라 국민의힘 모두의 반성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6.
국민의힘 내부진통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겁니다.
박근혜를 비판하면 내용과 무관하게‘배신자’로 간주하는 TK분위기가 쉽게 바뀌겠습니까.

김종인의 사과는 배신이 아닙니다.
이명박의 도덕불감증과 박근혜의 시대불감증은 이미 벗었어야할 구각입니다. 두 사람은 죄를 지었습니다. 그 죄 속에 보수가 갇혀선 희망이 없습니다.

7.
제대로 된 야당 없으면 여당은 독주하기 마련입니다.

권력의 속성을 받아들여야 냉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권력자의 선의를 기대하다간 허망한 꼴만 당합니다. 여당을 위해서도 강한 야당은 필요합니다.

국민의힘이 만약 민주당이 지적한 두 포인트를 충족시킨다면..
15일은 어쩌면 국민의힘이 바닥을 친 날, 민주당이 천장을 찍은 날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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