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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일사천리 윤석열징계.종착역은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불과 1년반 전 문재인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불과 1년반 전 문재인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벽4시 윤석열 정직 결정,저녁7시 대통령 재가까지 일사천리 #보수뿌리 뽑겠다는 룰체인징..그 중심엔 문재인 대통령 분명해져

1.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7시30분 ‘윤석열 징계’를 재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새벽 4시30분에 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을 결정하고 15시간만입니다.
그 사이에 추미애 장관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추미애는 회견후 청와대로 들어가 보고하면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대통령은 ‘추미애 없었다면 검찰개혁 불가능했다’며 ‘추미애의 결단력을 높이 평가’했답니다.
‘사의는 숙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표수리하겠다’는 문재인식 표현입니다.

2.
빅뉴스입니다만..사실 모두가 예상했던 것들입니다.

징계위원회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벽까지 격론을 벌였다고 하지만..결론은‘정직’일 것이란 예상이 며칠전부터 나왔습니다.

첫째, 해임이란 최강 징계는 부담스럽습니다. 왜냐면 윤석열이 바로 소송을 걸테니까요. 법원이‘해임’은‘지나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임기가 7개월밖에 안남았기에 ‘정직’만 해도 사실상 해임에 버금가는 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은 당장 수사중인 민감 사건들을 지휘하지 못합니다.
셋째, 2개월이면 공수처가 출범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민감사건을 모두 뺏어갈 것이고, 윤석열을 수사할 겁니다. 윤석열은 살아서도 죽은 목숨입니다.

3.
징계 결정이 나오면 대통령은 곧바로 재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일찌감치부터 청와대에선 ‘대통령은 징계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이기만 하지 수정할 수는 없다’는 해석을 주장해왔습니다. 재량권이 없다는 얘기, 즉 직접 책임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우 윤석열이 제기한 소송에 대통령이 직접 휘말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4.
추미애가 사의를 표할 것이란 예상도 일찍부터 나왔습니다.

추미애는 지난 1일 국무회의 직전 정세균 국무총리와 독대한데 이어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과 면담했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전날 주례회동에서 ‘추미애 윤석열 동반사퇴’를 얘기했다고 정세균 총리측이 언론에 흘렸습니다. 대통령이 ‘고민중’이라고 얘기한 것까지 흘렸습니다.
추미애 사용기한이 끝난 것이죠. 추미애는 친문이 아닙니다.

5.
이렇게 뻔히 보이는 무리수를 태연하게 밀어붙이는 집권핵심들의 확신과 집착이 대단합니다.

15일 ‘노무현재단 후원회원의 날’ 대담에서 친노좌장 이해찬 전 민주당대표가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180석의 힘을 똑똑이 보여주었다.’
‘(민주당이) 다수의석이 되고 정치 주도권을 잡긴 했는데,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는 보수세력이 아주 강고한 사회다.’
‘이제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본다. 이만한 환경을 만드는데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희생과 노력이 곁들여졌는가..’

6.
요약하자면..이런 인식입니다.

공수처와 윤석열 관련해 아주 잘했다.
그렇지만 보수 뿌리가 깊기에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지금부터 시작이다.

7.
지금부터 시작이기에 ‘진보정권 30년 가야한다’는 뼈 박힌 농담이 나오는 겁니다.
적어도 그 정도 집권해야만 우리 사회에 보수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일 겁니다.

공수처와 윤석열 사건은 단발성 조치가 아닙니다. 30년 집권, 보수 뿌리뽑기를 위한 ‘게임의 룰’바꾸기입니다.
지금까지 보수쪽으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8.
그런데 사실은 진보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드는 과잉의 연속입니다.

오늘 대통령이 윤석열 징계를 재가하면서 한 말들은..이번 일련의 사태 중심에 대통령이 있음을 분명히 확인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정치적 드라이브는 정권이 바뀔 때까지 계속될 것이란 얘깁니다. 20년이든, 30년이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