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호의 현문우답]예수님은 왜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나?

중앙일보

입력 2020.12.14 21:17

업데이트 2020.12.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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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물 위를 걷는 예수’를 다루었습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정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다름 아닌 ‘혼인잔치 일화’입니다. 거기서 예수님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다고 성경에는 기록돼 있습니다. 그게 과연 사실일까요? 사실이라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요? 거기에는 과연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는 걸까요. 이번 회에서는 그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정희윤 기자가 묻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답합니다.

혼인잔치가 열린 마을은 이스라엘의 어디쯤인가요? 
“문제의 결혼식이 열렸던 곳이 이스라엘 북쪽에 있는 ‘가나안’이란 마을이에요. 저도 겨울휴가 때 혼자서 그 마을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예수님이 태어난 마을인 나사렛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요. 갈릴리 호수에서도 아주 가깝고요. 그때 갈릴리 호수에서 차를 타고 77번 국도로 20분가량 갔었거든요. 그러니까 2000년 전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갈릴리에서 출발해 걸어서 가기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였어요. 주위에 펼쳐지는 고원지대의 산길도 무척 아름다워요.”
나사렛과 갈릴리 호수의 중간쯤에 위치한 마을인 가나. 이곳에서 혼인잔치가 열릴 때 예수님이 첫 이적을 보다. [중앙포토]

나사렛과 갈릴리 호수의 중간쯤에 위치한 마을인 가나. 이곳에서 혼인잔치가 열릴 때 예수님이 첫 이적을 보다. [중앙포토]

거기서 누구의 결혼식이 열렸던 거예요? 제자들을 데리고 예수님이 직접 참석할 정도면 중요한 사람의 결혼식이었나 봐요.
“성경에는 그 결혼식에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도 왔다고 돼 있어요. 마리아는 나사렛에서 왔겠죠. 예수와 제자는 갈릴리에서 왔을 테고요. 그러니까 마리아도 알고, 예수도 아는 인물. 친척이거나 아주 가까운 지인이었지 싶어요. 결혼식이 열린 날이 화요일이었어요.”
아니, 그게 화요일인 건 어떻게 알아요? 성경에 ‘화요일’이라고 명시돼 있나요?  
“성경에는 ‘사흘째 되는 날(On the third day)’이라고 돼 있어요. 유대교의 안식일이 무슨 요일이에요?”
토요일이요. 이제 그 정도는 알죠.
“맞아요. 토요일이 요즘으로 치면 일요일인 거죠. 거기서 다시 첫째 날, 둘째 날이 시작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일, 월, 화. 화요일이 사흘째 되는 날이에요. 그런데 지금도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요. 가나안에서는 지금도 화요일에 혼인잔치 교회에서 결혼하는 걸 ‘더블 럭키 데이’라고 불러요.”
가나혼인잔치 교회로 가는 골목. 담벼락에는 가나혼인잔치와 관련된 성경 구절이 새겨져 있었다. [중앙포토]

가나혼인잔치 교회로 가는 골목. 담벼락에는 가나혼인잔치와 관련된 성경 구절이 새겨져 있었다. [중앙포토]

결혼식 날에 행운이 두 번 겹친다고요? 그건 왜 그렇죠?
“유대인은 결혼식 자체가 행운의 날이라고 믿어요. 그게 첫 번째 행운, 거기에 물을 포도주로 바꾼 요일인 화요일에 결혼을 하면 두 번째 행운이에요. 그 둘이 겹치는 걸 ‘더블 럭, 두 배의 행운’이라고 불러요. 가나안 사람들은 그런 날짜를 지금도 아주 좋아해요. 한국에서 이사할 때 손 없는 날을 잡는 것과 비슷해요.”    
그런데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은 왜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어요? 그냥 포도주를 마셔도 되잖아요.
“우리도 각지역마다 중요한 특산물이 있잖아요. 남도 지방에서는 홍어를 내놓잖아요. 혼인 잔치에 홍어가 안 나오면 대접을 제대로 못 했다고 생각하죠.”
가나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이적을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가나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이적을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맞아요. 경북 영덕에서는 문어를 그렇게 중시한대요. 중요한 제사나 잔치가 문어가 안 나오면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다고 생각한대요. 그런데 이스라엘 지역에서는 포도주가 그랬어요.  
“네에, 결혼식 날에는 혼주가 아주 좋은 포도주를 내놓아야 하고, 만약 포도주가 떨어지면 큰 일이 나는 거예요. 그런데 그날 마침 포도주가 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에게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말했어요. 큰 일 났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예수님이 어떻게 하셨나요?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시켰어요. 그리고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라고 말했어요. 과방장이 그걸 맛볼 때 물이 이미 포도주로 바뀌어 있었어요.”
 가나 마을에 있는 가나혼인잔치 교회. 이곳에서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이적 일화를 보였다고 한다. [중앙포토]

가나 마을에 있는 가나혼인잔치 교회. 이곳에서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이적 일화를 보였다고 한다. [중앙포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요. 물이 포도주가 되는 게 가능해요? 그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 아니에요?
“그래서 기독교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어요. ‘이건 후대에 추가된 이야기다’ ‘이 일화는 비유와 상징으로 봐야지, 진짜 물이 포도주가 된 건 아니다’라는 측과 ‘이것이야말로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징표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여주셨으니 신의 아들이라는 증거다’라는 측이 서로 맞서죠.”
그런데 느닷없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일화가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예수님이 물 위를 걷기 전에, 유대인들은 천국 사람은 물 위를 걷는다고 믿었다고 했잖아요. 여기에도 뭔가, 유대인의 역사적 스토리가 배경으로 깔려 있는 건가요?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유대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할 때였어요. 모세가 호렙 산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어요. 유대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가라.’ 그런데 모세가 걱정했어요. ‘설령 제가 하느님 음성을 들었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하느님이 3가지 방안을 내놓았어요. ‘사람들이 네 말을 믿지 않으면 나일 강의 강물을 떠다가 땅에 부어라. 그럼 그 물이 피로 변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항아리에 있던 나일강 물이 붉은 피로 변했어요.”
 가나혼인잔치 당시에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항아리. 이 항아리에 물도 담고, 포도주도 담았다고 한다. [중앙포토]

가나혼인잔치 당시에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항아리. 이 항아리에 물도 담고, 포도주도 담았다고 한다. [중앙포토]

아아, 그걸 보고 유대인들은 모세를 믿기 시작했군요. 그가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말입니다.  
“맞아요. 그런데 이집트의 파라오 왕은 모세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결국 모세와 형 아론이 나일강에 지팡이를 담그자 이집트의 모든 강과 운하, 나무 그릇과 돌 항아리에 있는 물까지 모두 붉은 피로 변했어요. 결국 무색, 무취, 무미의 물이 붉은 피로 변한 게 모세가 하느님의 사자임을 증명하는 셈이었죠.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을 때 유대인은 어떻게 생각했겠어요? 저는 다들 구약의 모세 일화를 떠올렸을 거라 봅니다. 실제 요한복음에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이적을 보고서 제자들이 ‘비로소 그를 믿기 시작했다’고 돼 있어요.”
그러니까 뭐에요. 물을 포도주로 바꾸기 전에는 제자들도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는 건가요?
“긴가민가했던 거죠. 그가 정말 하느님의 아들인가. 반신반의했던 거예요. 그런데 무색의 물을 붉은 포도주로 바꾸자 비로소 믿기 시작한 거죠. 모세가 무색의 물을 붉은 피로 바꾸자 유대인이 비로소 믿기 시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 놀라운 건 이 이적 일화가 요한복음에만 기록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이 보이신 첫 이적인데 말이죠.”  
마가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이렇게 4복음서 중에 가장 늦게 기록된 게 요한복음이잖아요. 예수님의 첫 이적이면 제자들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을 했을 텐데요. 꿈에서조차 잊을 수가 없었을 텐데요. 어떻게 가장 늦게 만들어진 요한복음에만 내용이 있는 걸까요?
“이게 논란이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꾼 이적 일화는 후대에 추가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 정서로는 이 사건이 예수님이 하느님의 메시지를 받은 사람임을 입증하는 역할을 한 거죠. 그게 사실인가, 아닌가와 별개로 말입니다.”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일화에 참 많은 게 담겨 있군요. 단순한 기적 이야기가 아니군요.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일화는 본질적으로 '말씀이 육신이 되는 과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속성이 진흙 속으로 들어가자 아담의 생명이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속성이 육신의 옷을 입고 이땅에 오면 예수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무색, 무취, 무미의 물이 유색, 유취, 유미의 포도주가 되는 과정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정희윤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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