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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프리즘] 의료 규제 줄이고 투자를

중앙일보

입력

국내 의학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까. 미국 하버드의대를 중심으로 발간되는 '뉴잉그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술잡지다.

이곳에 최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팀의 논문이 게재됐다. 항암제 탁솔로 스텐트(그물 망)를 코팅해 심장병 환자의 좁아진 관상동맥에 삽입했더니 치료 후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연구를 기획.총괄하는 이른바 '책임저자(last author)'로, 그것도 외국 병원과의 합동연구가 아닌 한국 의료진 단독의 연구결과가 게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 의대 안과 권오웅 교수는 최근 안과 영역에서 대표적 난치병으로 불리는 망막정맥 폐쇄증을 혈전(血栓) 용해술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50㎛(1㎛은 1백만분의 1m)에 불과한 망막정맥에 가느다란 유리 피펫을 눈동자를 통해 찔러 삽입하고 혈전 용해제를 주사해 뚫어주는 수술이다. 워낙 미세 수술이다 보니 약간의 손떨림도 허용되지 않아 수술 도중 중요한 순간엔 숨도 멈춰야 한다.

지금까지 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해 4명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 아시아에선 처음이며 전세계적으로도 하버드의대팀에 이어 두번째다.

지금도 많은 환자가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미국 등의 선진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이나 메이요 클리닉 등 해외 유명 병원엔 한국인 환자의 통역을 담당하는 전담요원만 10여명에 달한다. 해마다 수천억원의 달러가 빠져나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국내 임상의학의 수준이 결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의료는 공공재(公共材)란 이유만으로 규제 일변도로 다뤄와 투자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철저하게 분배 위주로 시행될 뿐 의학발전을 위한 동기 부여엔 기여하는 바가 없다. 심지어 건강보험이 아니라 환자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 1백%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보험 항목에 등재되지 않은 신기술이란 이유로 의사가 처벌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개방화의 시대인 만큼 의료를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파란 눈의 환자들이 한국에 와서 달러를 쓸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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