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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모자의 비극…60세 엄마는 고독사, 장애 아들은 노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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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크. 사진 JTBC 캡처

경찰 마크. 사진 JTBC 캡처

재건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 어머니가 고독사하고 발달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들은 거리를 전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의 사연은 사회복지사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택에서 A씨(60)의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으며, 10년 넘게 이 집에서 아들인 B씨(36)와 거주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A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은 추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숨진 A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얇고 해진 이불로 덮여있었으며, 이불 끝자락이 청테이프로 비닐 장판에 돌려 막혀 있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B씨는 경찰조사에서 “엄마가 옆으로 누워 숨을 이상하게 쉬었어요”라며 “파리가 못 들어가게 엄마 머리까지 이불을 덮어줬어요”라고 진술했다.

이들 모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복지대상으로 관리돼야 했지만 수개월간 아무도 이들의 비극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서초구는 이들 모자의 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마스크를 나눠줬지만 택배로 배송돼 A씨의 사망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A씨가 숨진 뒤 그의 곁을 지켰지만 먹을 것이 떨어지고 전기가 끊기자 집을 나와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B씨는 지난달 6일 이수역 12번 출구 앞에서 구걸을 하다 한 복지사의 눈에 띄었다. 복지사는 "이들 모자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뭔가 해줄 수 있었을텐데”라고 말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이 발달장애로 추정되는데 장애 등록이 아예 안 돼 있다. 가족들이 아예 등록을 안한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아들인 B씨에게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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