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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한의사들 '환자와 춤을'

중앙일보

입력

더 이상 흰 가운에 갇힌 한의사를 고집하지 않는다. 무대에 올라서면 열정적인 끼가 터져 나온다.

춤추는 여자 한의사 정경임과 최승. 환자를 지도하기 위해 시작한 춤이지만 이제는 댄스 예찬론자가 됐다.

현재 이들은 공연을 갖고 교육용 비디오를 내놓으며 무용으로 환자를 치료할 정도로 춤의 전도사로 맹활약한다. 춤의 건강 효과와 댄스 메디신(Medicine)의 가능성을 들어본다.

지난달 27일 서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 내 달오름극장. 막이 걷히면서 경쾌한 리듬의 스페인 춤곡에 맞춰 정경임 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화려한 몸놀림, 그리고 카스타넷과 격렬한 발동작이 만들어내는 타악 리듬이 관중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이날 정원장은 무려 5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그녀가 자유분방하면서도 억눌린 집시의 감성을 풀어내는 플라멩코에 빠져든 것은 불과 1년여 전.

"환자들의 하체 비만을 빼기 위해선 다리 운동량이 많은 춤이 필요했어요. 플라멩코는 손과 발동작이 섬세하면서도 빨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또 상체를 비틀고, 배에 힘을 줘야 하기 때문에 복부 비만과 옆구리 스트레칭에도 효과가 있지요."


그녀가 비만 클리닉을 개설한 것은 1980년대 말. 비만 치료 의사로는 1세대인 셈이다. "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환자들이 재미있게 비만을 극복하는 방법으론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죠."

비만 여성들의 걷는 동작을 교정하기 위해 챠밍스쿨을 다닌 것을 비롯해 10여년 간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면 어떤 춤이라도 가리지 않고 배웠단다.

최승 원장의 춤 경력은 3년이다. 경력은 짧지만 그녀는 지금 무용의 다양한 치료 기능을 익히는데 깊숙이 빠져 있다. 고정으로 나가던 TV 출연도 마다하고 서울여대 표현예술 치료학과에서 무용 치료를 전공할 정도로 열성이다.

춤의 효과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환자 치료에 응용하는가 하면, 가출소녀 시설에서 춤을 통한 인성교육을 한다.

"환자들은 대부분 긴장된 상태에 몸이 경직돼 있습니다. 하지만 춤을 추면서 몸이 풀리면 억압된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하죠. 때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속마음을 털어놓아요."

그녀는 최근 개인의 특성에 맞춰 비만을 치료하는 춤동작을 개발, '한방 댄스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비디오를 내놨다.

춤 동작에는 마음의 상징적인 언어가 묻어 있다. 최원장은 "정신분열증 환자나 뇌손상 환자에게 동작을 주문해보면 정상인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발을 구르지 못한다거나 팔을 높이 쳐들지 못하지요"라고 말한다.

사고와 정서가 굳으면 몸도 굳는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 따라서 거꾸로 몸동작의 가동 범위를 넓혀줌으로써 경직된 뇌기능을 개선시킨다.

치매환자에게 지적 능력과 사회성.운동 능력을 길러주고, 우울증 환자의 밝은 면을 끌어내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자신의 육체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가 형성된 사람에게도 춤은 매력적이다.

"춤을 추면 그렇게 미워하던 내 몸을 용납하고 사랑하게 되지요." 최원장의 보충 설명이다.

근력을 기르고 관절을 강화하는 효과는 기본이다. 관절염이나 류머티스, 그리고 요통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여성들에게 가장 흥미를 끄는 춤의 효과는 다이어트와 몸매 만들기. 정원장은 "춤은 근육과 관절을 쭉쭉 늘려주는 스트레칭 효과가 있어 몸매를 늘씬하게 만든다"며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수분 대사(代謝)가 잘 안돼 몸이 붓는 여성은 춤을 통해 신진대사와 기혈을 순환시켜 부종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춤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보려면 전신의 근육을 모두 사용하고, 동작은 부드럽고 유연하게 연결돼야 한다. 또 빠른 맥박이 20분 이상 계속 유지돼야 한다.

부분 비만에도 춤은 효과적이다. 예컨대 복부 비만은 힙합과 같이 가슴과 배를 접었다 폈다 하는 춤이 제격이다. 한국무용은 상체 비만에, 발을 많이 움직이는 라틴 댄스는 하체 비만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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