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홀로 3단계' 학원의 분노..."오락실도 여는데 왜 우리만 닫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2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학원 강의실에서 학원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6월 2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학원 강의실에서 학원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궁민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돼서 다른 시설도 문을 닫게 되면 저희도 납득합니다. 그런데 오락실은 열고 학원만 콕 집어서 닫으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이상무 정철어학원 부평캠퍼스 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영업 정지 조치한 수도권 학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원은 정부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부터 3주 동안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학원에는 영업 중단과 마찬가지인 집합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학원에 대해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강경책을 꺼낸 것이다.

학원에 강한 조처를 내린 데 대해 정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3차 대유행 양상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방학을 전후해 학생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다.

"PC방·오락실은 열고 학원만 닫나…형평성 어긋나"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예측점수 설명회를 찾은 학무보들이 배치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예측점수 설명회를 찾은 학무보들이 배치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벌써 세 번째 문을 닫게 된 학원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200여 개 학원이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보상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소송인단을 대표하는 이상무 원장은 "사업자등록증을 인증한 참여자가 200여명"이라며 "오픈 채팅방 참여자는 600명 가까이 돼 참가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업계가 가장 문제 삼는 건 형평성이다. 정부는 거리두기 격상을 발표하면서 PC방이나 영화관, 식당 등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스터디 카페와 독서실·오락실도 마찬가지다.

이 원장은 "차라리 3단계를 해서 모든 점포를 닫게 하면 코로나19도 잡힐 테니까 우리도 참고 버틸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여기저기 다 열게 하면 코로나19가 언제 잡히겠나. 결국 학원만 죽으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원만 사실상 3단계…"정부가 신뢰 깼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집합 금지 조처가 신뢰를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일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했다. 갑작스러운 격상으로 자영업자 등이 피해를 볼 걸 우려한 결정이다. 개편된 거리두기에 따르면 2.5단계에서 학원은 오후 9시 이후 영업만 제한된다.

이 원장은 "수강생들과 학부모, 학원은 2.5단계에서도 오후 9시까지는 영업이 가능하다고 믿고 학업 계획을 세웠다"면서 "그런데 하루아침에 내일부터 영업 중단 발표가 나왔다. 정부가 신뢰를 깬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6만2000여개 학원이 가입한 학원총연합회(연합회)도 지난 8일 집합금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유원 연합회 회장은 "학원만 3단계를 적용하는 건 행정권 남용"이라며 "학교처럼 밀집도는 낮추라고 하면 몰라도 문을 닫게 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집합 금지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학원은 12월부터 1월까지 학생을 모집해서 다음 1년을 운영한다"면서 "지금 방역 상황이면 분명 내년에도 영업 정지는 이어질 거다. 학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 감염 막기 위한 조치"…최대 1000만원 대출 제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록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록 기자

교육부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많은 학생이 모이는 학원 특성상 다른 시설보다 감염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학생 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학원가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오늘부터 접수를 시작한 소상공인 긴급지원 대출 대상에 학원을 포함하기로 했다. 당초 중점관리시설인 단란주점·헌팅포차 등으로 지원대상을 한정하려 했지만, 일반관리시설인 학원과 실내체육시설 등도 포함하기로 했다. 지원 업체에는 최대 1000만원까지 연 2% 이율로 대출을 제공한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