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씨 등 성전환 수술 195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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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성 전환자)는 정신의학적으로 성(性) 정체성 장애인입니다. 5만명당 1명 꼴로 이 같은 환자가 태어납니다. 성 정체성 장애는 선천적인 것이기 때문에 편견과 호기심으로 이들을 대해서는 안됩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성전환 수술의 권위자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김석권(金碩權.52)교수는 트렌스젠더를 정상인과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전환 수술에 성공한 金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성전환 수술의 80%를 집도했다. 그런 그가 2백번째 수술을 눈앞에 두고 있다. 86년부터 매년 10여명씩, 지금까지 그가 시술한 환자는 모두 1백98명에 달한다.

이중 1백56명은 남자에서 여자로, 42명은 여자에서 남자로 성전환했다. 예전에는 의료기술의 부족으로 여자에서 남자로 바꾸는 수술이 적었으나 요즘은 비슷한 추세라고 했다.

수술 비용은 남자에서 여자는 1천만원, 여자에서 남자로의 전환은 2천만원 가량. 성전환 수술을 받은 환자의 대부분은 20대 젊은층이지만, 48세에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 결혼 후에 성전환을 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수술한 환자 중에는 하리수씨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가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하기 전인 95년이었죠. 수술 후 TV나 스크린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술 이후 75% 가량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金교수는 그동안 국내외 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97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초청으로 성전환 수술에 대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연구활동을 인정받아 제3회 한림인술상을 받았다. 이때 부상으로 받은 상금 1천만원은 대학에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80년대 초에도 성전환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의료 수준이 낮아 감히 수술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환자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죠. 이후 미국.유럽 의료진들의 논문 등을 보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결국 수술에 성공했죠."

그는 요즘에는 성전환을 원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모임을 결성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심지어 두세명이 함께 찾아와 상담을 하고 서로 간병을 하면서 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사회적 소외감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金교수는 90년 동아대병원이 개원할 때부터 성형외과에서 근무한 이 병원의 터줏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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