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큼 괴질 안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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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SARS) 공포가 국내에서도 크게 확산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지나친 걱정은 기우라고 지적한다. 우선 이 병의 인체 침입 경로가 환자와의 1m 이내 밀접한 접촉에 국한되므로 이 전파경로만 차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염력은 독감 등에 비하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설령 이 병에 감염되더라도 폐렴을 치료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잘 관리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현재 이 질병 발생 지역 중 사망자가 나온 곳은 중국.홍콩.캐나다.싱가포르.베트남.태국 등이다. 이외의 환자 발생 지역에선 사망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선 이미 72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숨진 사람은 아직 없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박승철 교수는 "미국.유럽에서 이 병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거의 없는 것은 환자를 조기 발견해 격리하고 적절히 치료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노약자.만성질환자 등 면역성이 크게 떨어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 환자의 10% 가량이 인공호흡기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 폐렴으로 발전된다고 하나 이 병의 치사율은 현재 3~4%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폐렴 사망률인 5~8%보다 낮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원인불명의 괴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에선 이 질환의 원인균을 곧 확인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조기진단을 할 수 있는 혈청검사 방법과 치료법.예방법이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현재까지 권유되고 있는 예방 대책들을 잘 따르면서 발생의 추이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삼가고, 손을 잘 씻고 개인 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으로부터 침이 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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