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우체통’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아이들 잘 키워놓고 갈게요”

중앙일보

입력

성동구는 왕십리 광장 한켠, 샛노란 자태를 뽐내는 ‘느린 우체통’에 도착한 엽서 한 장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성동구는 왕십리 광장 한켠, 샛노란 자태를 뽐내는 ‘느린 우체통’에 도착한 엽서 한 장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하늘에는 아픔이 없는지 궁금하군요.
내 곁을 떠난 지도 벌써 9개월이네요.
힘을 다해 열심히 아이들 잘 키워놓고 갈게요.
건강히 잘 지네요. 사랑해요.”

왕십리 광장 한쪽, 노란색 ‘느린 우체통’에 도착한 엽서 한 장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보내는 이의 주소도 받는 이의 주소도 적혀있지 않은 엽서는 9개월 전 하늘로 간 남편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또 자신이 앞으로 해야할 일을 소임처럼 알리고 있다.

글쓴이는 우편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영원우표’가 인쇄된 우편엽서를 사용했다.

한편 성동구 행당1동은 지난 8월 말 왕십리광장에 ‘느린 우체통’을 새 단장해 설치했다. 기존 우체통이 낡고 눈에 띄지 않는다는 주민 의견이 있어 크기를 키우고 행당1동의 상징인 은행나무에서 착안한 밝은 노란색을 입혔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또는 자신에게 마음을 담은 엽서를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 배달되는 감성 우편서비스다. 새 단장 이후 3개월간 총 105통의 엽서가 모였으며, 1년 뒤 가족이나 친구에게 배달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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