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명품 100억 사기' 사건...당하고도 쉬쉬하는 그들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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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 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 뉴시스

서울 청담동의 중고 명품업체 대표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과 물건을 챙겨 잠적한 사실이 드러났다. 10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 중에는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질까봐 고소를 꺼리는 피해자들도 일부 있다고 한다.

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사기 혐의로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접수된 중고 명품업체 대표 A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전체 피해자 100여 명 중 80여 명은 A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달 8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며 “혐의는 다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사저널에 따르면 A씨는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에르메스 가방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강남 부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고객 대다수가 에르메스 가방을 구입하려다가 피해를 봤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100여명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을 다 합치면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고객들에게 물건 대금을 선납 받고 이후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오다가 지난 8월 갑자기 가게 내부 수리를 핑계로 영업을 중단했다. A씨는 ‘배송이 늦어진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시간을 끌며 제품 배송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에 일부 고객은 그를 고소했고 포위망이 좁혀오자 A씨는 잠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경찰에 체포된 A씨는 그간 지인들에게 수십억 원의 빚을 지고 사채도 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주 중인 아파트도 압류 상태였고 지방세 등도 체납 상태였다.

피해자 중에는 대기업 오너 일가와 고위 공직자, 현직 판·검사 가족, 연예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고소를 꺼리고 있는 피해자도 상당수라고 매체는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판·검사나 유명인은 고소인 목록에는 없다”며 “아무래도 알려지기 싫은 사람들이라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매우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 중에는 구설에 오르기 싫어하는 연예인, 명품을 구매하려다 퇴직금을 날린 교사, 명품 구매로 이혼까지 당한 사람 등이 있다고 전해졌다.

한영혜·편광현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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