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냄새로 난자 추적

중앙일보

입력

정자는 마치 벌이 꽃향기를 추적하듯 특정한 냄새를 쫓아 난자를 찾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생물학 교수 리처드 짐머 박사와 독일 루르대학의 화학감각 생물학 교수 마르크 스퍼 박사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정자에는 후각 수용체(hOR17-4라고 명명)가 있으며 이 '화학센서'에 따라 정자가 특정한 냄새를 지닌 유인물질을 향해 헤엄쳐 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짐머 박사와 스퍼 박사는 얇은 유리관에 정자를 놓고 각종 유인물질에 노출시킨 결과 은방울꽃과 다른 꽃 향기를 섞어 만든 유인물질(bourgeonal)을 향해 마치 벌이 꽃 본듯 달려갔다고 밝히고 정자형성세포에 있는 후각 수용체의 화학신호가 이를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짐머 박사는 다만 이 유인물질이 여성의 산도(産道) 어느 곳에서 분비되는 것인지 아니면 직접 난자에서 풍겨나오는 것인지를 규명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하고 확실치는 않지만 난자가 정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 유인물질을 방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짐머 박사와 스퍼 박사는 또 다른 화학물질(undecanal)이 정자의 후각 수용체를 차단, 유인물질에 반응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두 가지 새로운 발견으로 불임을 치료하거나 임신을 억제하는 신약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짐머 박사는 말했다.

즉 정자가 난자와 수정하는 데 필요한 방향신호를 교란시킬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해 이를 여성의 산도에 투입하면 임신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고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서로를 발견하는지를 알면 일부 불임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대학의 생식생물학자 도너 배브코크 박사는 "생식생물학의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하고 이는 난자가 자신의 위치를 정자에게 알리는 신호를 보내고 정자가 이 신호에 따라 난자에게로 헤엄쳐 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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