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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앞 '질시루'

중앙일보

입력

밥 대신 먹을 만한 것은 뭘까?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 빵일게다. 조금 짬을 주고 생각하라면 햄버거.피자.라면.자장면 순으로 차츰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구체화돼도 떡이란 답은 거의 마지막 순간에 머리를 쥐어짜야 나올 것이다.

굳이 조상을 들먹이며 "옛날엔…"으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물어보면 가장 먼저 튀어나올 답이 떡인데 말이다. 우리네 전통 떡이 밀가루 빵에 밀려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떡으로 한 끼 밥상을 차려 내는 곳이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앞 전통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질시루'가 그곳이다. '떡' 수준의 표현으로 치자면 떡집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떡집이다. 떡 카페란 표현이 적당하다.

고급 베이커리나 케이크 판매점 못지 않게 세련된 인테리어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짙은 갈색과 백색이 어우러진 이른바 선(禪.Zen)스타일이다. 진열된 떡도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조각 케이크에 못지 않게 앙증맞은 것이 대부분이다.


떡 도시락 정식은 칠기(漆器) 도시락에 이런 저런 떡이 손대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담겨 나온다.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샌드위치. '떡 정식에 웬 샌드위치?'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빵 대신 직사각형으로 썬 백설기 사이에 야채 샐러드를 끼워 넣은 것이다. 쫀득한 떡의 질감이 신선한 야채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동서양의 만남'이다.

아삭아삭한 김치와 향긋한 깻잎을 말아 만든 김치말이 떡, 아이의 고깔모자같이 생긴 예쁜 고깔떡, 헤이즐넛 커피 향이 은은한 커피떡, 달콤한 카라멜 소스와 검은깨를 입혀 바삭바삭한 떡맛탕 등 하나하나 신기하고 새로운 맛이다.

여기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후식용 과일까지 곁들여져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손색없게 구성했다. 단품으로 맛보려면 1만원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데 떡 도시락은 5천원이다.

햄버거나 피자의 좋은 대안인 듯싶다. 우리 것에 익숙지 않은 신세대나 외국인에게 전통의 떡 맛을 보이는 데 제격이다. 단지 5천원짜리 떡 도시락은 점심시간(낮 12시~오후 2시)에만 판매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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