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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맛동네 '입소문' 딱 맞네!

중앙일보

입력

북악산 자락 남쪽으로 곧게 뻗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길. 경복궁을 지나 길 어귀에 들어서면 노란 산수유가 흙담 너머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어 반긴다. 낡은 한옥의 기와 지붕선이 파란 하늘과 만나서 서늘한 대조를 이룬다.

봄이 한걸음 앞서오는 삼청동 길에는 알토란같은 음식점이 많다. 경복궁 건너편에 있는 프랑스.이태리 퓨전 음식점 '더 레스토랑', 국무총리공관 앞의 '삼청동 수제비', 감사원 삼거리의 한정식집 '용수산'은 소문이 많이 난 삼청동 맛집 3총사다.

이들뿐 아니다. 편도 1차로 양쪽의 오래된 한옥과 낮은 건물 사이에도 '별난 맛'을 뽐내는 음식점들이 숨어있다. 점심시간이면 서울시청 옆 사무실에서 차를 몰아 종종 삼청동으로 향한다는 김형석(39)씨. "인근 청와대.총리공관.감사원 공무원들의 '높은 입맛'때문인지 어느 곳엘 가도 후회하고 나온 적이 없다"고 평가한다.

삼청동의 특징은 대형음식점이 거의 없다는 것. 용수산 등 몇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식탁이 10개미만인 소규모다. 대개는 주인이 직접 주방에서 일하며 손님을 맞는다. 시골집 형수가 차려주는 소박한 밥상을 대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한식당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스파게티 전문점.케이크 전문점.전통 일식집.퓨전 레스토랑에다 라이브 카페와 와인 바까지 대거 들어서고 있다. 관련 업소는 지난해 이맘 때 50여곳에 불과했지만 한해 사이에 두배로 늘었다. 그러다 보니 '호젓한 삼청동 길'도 옛말이 됐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미식가들의 자동차 행렬이 줄을 잇는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엔 가족과 함께 나온 외식 손님으로 1㎞ 남짓한 도로가 종일 북새통이다.

삼청동 나들이를 하려면 '갈 때는 택시, 올 때는 걷기'가 좋다. 식사하고 나와서 택시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좁은 길이지만 여기저기 들어선 공방 구경도 하고, 깨끗한 경복궁 돌담을 따라 봄기운을 맛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걷다가 힘들면 삼청공원에서 출발한 45번 마을버스(어른 4백원)에 몸을 실으면 세종문화회관이나 시청 앞까지 금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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