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삭막해진 병실 풍경…문병도 온라인으로

중앙일보

입력 2020.12.07 13:00

[더,오래]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64)

살다 보면 누구나 병원 신세 한번은 지게 되어있다. 무서운 질병이건 불의의 사고이건 미루고 미뤄왔던 건강검진이건 말이다. 귀가 따갑게 들어왔듯이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그러다 보니 병원이라는 곳에선 왠지 주눅이 들고 눈치를 살피게 마련이다. 평소 괄괄한 성격이라도 흰 가운의 앳된 의사 앞에서 얌전해지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문병금지로 달라진 병원모습. 아이패드7, 프로크리에이트. [그림 홍미옥]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문병금지로 달라진 병원모습. 아이패드7, 프로크리에이트. [그림 홍미옥]

이제는 문병도 온라인으로

친구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살짝 넘어진 게 큰 사고로 진행되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보니 간단하고 단순한 사고도 만만치 않기 마련이다. 하필 코로나로 엄중한 시기에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니 안타까웠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게 되어버린 지금은 코로나 시대, 친구의 문병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장 문병을 하러 가겠노라고 말했지만 ‘불가’소식에 맥이 빠져 버렸다. 보호자 한 명 외엔 누구도 문병을 핑계로 병실에 드나들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래야지. 아무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하면서도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온라인 문병’이다. 언택트 시대에 온택트가 날개를 달았다더니 영락없이 들어맞았다. 복잡하게 이런저런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카톡을 주고받고 가끔은 페이스톡으로 존재를 확인하면 되었다. 이런 온라인 문병을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다가 세상이 뭐 이러냐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그럭저럭 치료를 끝낸 친구는 퇴원했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는 바람에 우리의 만남은 또다시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더 삭막해진 병실 풍경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병원로비엔 화려한 트리가 설치됐지만 코로나로 문병이 금지되어 삭막한 분위기다. [사진 홍미옥]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병원로비엔 화려한 트리가 설치됐지만 코로나로 문병이 금지되어 삭막한 분위기다. [사진 홍미옥]

하기는 병실이 조용하면 되었다. 환자도 의료진도 쥐 죽은 듯 조용하니 안정에 도움이 될 터였다. 얼마 전 별거 아닌 시술로 며칠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입구에서부터 몇 차례의 열 체크. 손 소독은 물론이고 입원환자에겐 코로나 검사가 필수였다. 입원실의 침상에 오르기까지 평소보다 몇 배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4인실이라 해도 운동장만큼 넓은 입원실엔 컨테이너가 네 동쯤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희끄무레한 커튼이 마치 진지를 구축하듯이 병상을 둘러싸고 있다. 보호자가 없는 병실엔 전 같았으면 온종일 켜 놓았을 텔레비전도 꺼져 있었다. 간혹 채널 싸움도 벌어지곤 했다던 곳이다. 지금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안 그래도 병원이라는 곳은 건강한 사람들도 낯설고,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곳이다. 부모의 병간호부터 병원 생활이라면 제법 이력이 나 있던 나도 그랬다. 내가 머물고 있던 9층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입원하는 곳이다. 해서 평소엔 텔레비전 소리와 문병객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다. 간혹 눈치 없이 불러대는 찬송가 소리와 병실엔 어울리지 않는 음식 냄새로 분주했다. 무슨 병엔 무슨 약이 최고이며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최고라며 아는 척을 하는 사람들로 두런거렸을 터였다.

지금은? 지금은 코로나 시대다. 모든 게 달라지고 조심스럽다. 교통사고로 한 달째 입원 중인 옆 병상의 어르신은 온종일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는 물론이요, 커튼으로 꽁꽁 둘러싸여 있다 보니 답답한 모양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꼭 필요한 용건 외엔 대화마저 금지이다 보니 그야말로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솔직히 병원 생활에서 무슨 재미를 찾을까마는 그 사소한 일상마저도 제약을 받으니 여간 고충이 아니다. 이런 우울함이 없던 병도 생기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어르신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있다.

저녁상을 물릴 무렵 가족들과 온라인 통화를 하는 것이다. 작은 휴대전화 화면 가득 얼굴을 들이밀며 안부를 묻기 시작한다. 귀여운 손주가 어르신의 휴대전화에서 웃고 있다. 어르신의 무료한 하루는 이쯤에서 어느 정도 보상이 되는 중이다. 비록 마스크로 가려져 있지만 분명 활짝 웃고 있을 터다. 언택트 시대의 온택트가 그나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하지만 이런 효자 노릇도 반갑지는 않다. 그저 하루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길 바랄 뿐이다.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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