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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옛드라마, 디스코…복고풍에 빠진 신·구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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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62)

언젠가 인터넷상에서 난리(?)가 났던 상품이 있었다. 모 커피 회사에서 한정 출시한 레트로 보온병이 그것이다. 아니, 요즘 세상에 보온병이 뭔 대수라고 그 난리였을까? 한참 전 옛날 드라마에서나 봤음 직한 투박한 빨간색 보온병은 며칠 화제에 오르더니 결국 판매개시 몇 시간 만에 동났다. 재밌는 건 구매자의 다수는 20~30대 청년층이라는 거다.

물론 나처럼 아련한 추억이 반가워 클릭하는 중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클릭질’에 성공하지 못했다. 구입에 성공한 젊은이들은 레트로한 인증샷으로 SNS를 달궜다. 럭셔리하기는 고사하고 과히 튼튼할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 보온병은 왜 인기를 끌었을까?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새로운 ‘촌스러움’이 젊은 층에 통하기 시작했나 보다.

카페로 변신한 낡은 주택, 젊은층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이패드7,프로크리에이트. [그림 홍미옥]

카페로 변신한 낡은 주택, 젊은층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이패드7,프로크리에이트. [그림 홍미옥]



MZ세대의 곰표·말표, 그리고 뉴트로

MZ세대? 신세대, X세대 정도까지는 알겠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지…. 그렇다면 검색이 우선이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포털에선 MZ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사실 유행어와 신조어를 따라가기도 벅찬 요즘이다. MZ라는 용어 뒤에 새로운 주자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위의 세대가 새롭게 빠져든 문화가 바로 뉴트로라고 한다. 레트로 열풍에 새로운 요소가 들어간 문화현상이랄까? 해석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그런 현상은 쉽게 들어온다.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아파트촌 사이에 빈집이지 싶은 낡은 주택이 꽤 있다. 그중엔 부동산업자의 눈에는 재개발 철거 대상으로 보이고도 남을 집도 많다. 적어도 몇 십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대문과 담장을 가진 집이다.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집이 새롭게 변신하는 게 보인다. 낡은 담장은 낡은 대로 두고 몇 군데 손을 보아 그럴듯한 카페나 음식점으로 변신한다. 물론 번듯한 프렌차이즈 카페처럼 넓지도 고급스럽지도 않다. 얼핏 봐도 좁고 비효율적인 실내는 복고풍의 소품들로 꾸며 놓았다. 장사가 될까? 손님이 올까? 웬걸,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젊은이의 발길이 심심찮다. SNS의 위력이다.

혹시 추억의 곰표 밀가루와 말표 구두약을 기억하는가. 어느 기업에선 그 상표로 맥주를 출시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반응도 뜨겁다는 소식이다. 이쯤 되면 시류를 따라가기도 벅찼던 중장년도 슬그머니 뉴트로라는 대열에 올라탈 수 있겠다. 젊은 층엔 특색 있는 경험의 ‘복고현상’이지만 우리에겐 아련한 추억의 일부분이니까!

옛드와 디스코에 빠진 신·구세대

 디스코 열풍을 몰고 온 '웬 위 디스코'의 박진영과 선미. [사진 JYP]

디스코 열풍을 몰고 온 '웬 위 디스코'의 박진영과 선미. [사진 JYP]

최근 음악방송 프로를 보고 있자면 은근 재미가 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일찍이 BTS가 디스코 풍의 노래 ‘다이너마이트’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의상이며 헤어, 리듬이 친숙해 눈길이 절로 간다. 가수 박진영은 아예 ‘When we disco’라는 제목으로 허공을 찌르는 듯한 춤과 함께 그 열풍에 쐐기를 박는다.

사실 50~60대 중장년에게 디스코는 단순히 음악의 장르가 아니었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부터 이은하의 ‘밤차’까지 통통 튀고 하늘을 향해 찔러대는 청춘의 상징이었다. 머리핀도 바지도 셔츠도 무조건 디스코라는 이름이 붙어야 잘 팔리곤 했으니 말 다 했다. 그래서 일까? 디스코 열풍이 한창인 요즘 음악프로는 시청 연령층이 넓어졌다고 한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옛드의 대표주자 '전원일기'. [사진 MBC]

옛드의 대표주자 '전원일기'. [사진 MBC]

이젠 뜨고 있다는 ‘옛드’다. 미드, 일드, 영드에 이어 옛드 시대가 온 건가? 재밌다. 옛드란 다름 아닌 옛날 드라마를 말한다. 리모컨을 누르다 보면 무려 30~40여 년 전 드라마가 여기저기서 방영되고 있다. 그 드라마를 중장년층뿐만이 아니라 젊은 층들도 즐겨본다는 게 신기하다.

특히 MBC에서는 전원일기와 수사반장을 종일 보여준다. 솔직히 편집이고 화면이고 촌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연기자의 젊고 앳된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지금은 세상을 뜬 배우가 나오면 서글퍼지기도 한다. 아무튼 그 시절에 나를 끼워 넣기도 하면서 열심히 시청 중이다.

‘옛드’를 보며 추억에 잠기는 세대와 뉴트로의 물결에 빠지는 세대가 있다.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신·구세대가 음악과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낡은 집을 개조한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 옛드와 디스코에 빠진 신·구세대. 작은 거로나마 공감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좋다.

자, 이제 또 궁금해진다. 전원일기의 일용네는 그토록 원하는 아들 손주를 보고야 말 것인가? 복길이와 영남이의 연애 사업은 탄탄대로일까? 우습다. 분명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궁금한 건 무슨 조화 속인 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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