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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檢 작성 판사 문건 안건으로 다룰까

중앙일보

입력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법관 독립과 사법행정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 표명과 건의를 담당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법조계에선 이번 대표회의에서 검찰에서 작성한 판사 문건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화상으로 개최되는 이번 법관대표회의는 125명의 각 법원 대표 중 과반수가 출석하면 열린다. 현재 정해진 안건은 ▶판결문 공개 ▶1심 단독화 ▶법관 근무평정 개선 ▶기획법관제도 ▶조정위원회 개선 ▶사법행정참여법관 지원 ▶형사전자소송 ▶법관임용 전담 인적‧물적 시설 확충 촉구 등 8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사유로 거론한 판사 사찰 의혹은 안건으로 선정되지는 않았다. 추 장관은 대검찰청 옛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과 국정농단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성향과 출신 등을 파악해 문건으로 만들어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며 징계 청구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안건 상정 여부가 논의되기 시작한 건 장창국(53‧사법연수원 32기) 제주지법 부장판사의 글이 계기가 됐다. 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인 장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법원 내부망에 ‘검찰의 행동에 대한 법원의 대응을 위해 다음 사항 결의를 안건으로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왜 판사 문건을 비싼 월급을 받는 검사가 국민 세금으로 만드냐”며 “법원이 묵인하면 검찰이나 다른 국가기관도 판사의 개인 정보를 샅샅이 모을 것”이라고 안건 의결을 요청했다. 그러나 동료 판사들의 지지는 많지 않았고, 안건 상정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다만 논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내규 6조 3항은 법관 대표가 회의 당일 자신을 제외한 9명 구성원의 동의를 얻으면 새로운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직 판사 일부가 최근 논란이 된 대검찰청의 '주요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7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들 간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현직 판사 일부가 최근 논란이 된 대검찰청의 '주요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7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들 간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회의를 앞두고 판사 내부망에는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봉수(47‧31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재판장의 종교, 출신, 가족관계, 특정연구회 등 사적 정보는 공소유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검찰이 정보 수집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시 대표회의 구성원인 김성훈(48‧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4일 “판사 뒷조사 문건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며 “이에 관해 논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 중립성에 해가 되지 않으며 더 큰 공익에 봉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신중론도 여전하다. 특히 사법부가 검찰과 정부의 갈등에 휘말려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차기현(43‧변호사시험 2기) 광주지법 판사는 4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가 지난 다음 차분하게 논의해도 되지 않겠나”라며 “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일종의 세몰이가 이뤄지는 것처럼 오해받는 건 판사들이 결코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단독 판사(재판연구관) 역시 법관대표회의가 판사 사찰 의혹을 안건으로 삼아 공식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한 현직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 때 검찰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명단’을 실제로 사용했다면 이는 큰 문제지만 현재로써는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판사 문건 관련 안건이 상정되고 어떤 결론이 나온다면 오는 10일 열리는 윤 총장의 징계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전국법관대표들이 안건 상정 여부를 지역 판사들과 논의 중”이라며 “안건 상정 여부는 정기회의 당일에야 확인이 가능한 만큼 예단을 삼가 달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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