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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매케인 덕" 애리조나에 민주당 깃발 꽂은 '매케인 닮은꼴'

중앙일보

입력 2020.12.05 05:00

업데이트 2020.12.0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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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 출신인 마크 켈리(56)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상원의원(민주)으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미 해군 조종사로, 나사(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일했던 '명함 부자' 켈리가 이제 상원의원 직함까지 갖게 된 겁니다.

애리조나 상원의원 당선 민주당 마크 켈리
해군 출신 우주비행사, '매케인 닮은 꼴'
트럼프의 매케인 비하에 지역 민심 돌아서
총기 난사 겪은 아내에 사회문제 눈 떠

이 자리는 지난 2018년 8월 25일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공석 상태였습니다. 켈리는 공화당의 마사 맥샐리 후보를 선거에서 눌렀습니다. 공화당 텃밭이던 애리조나에 민주당 깃발을 꽂은 겁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에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 2명(마크 켈리, 크리스틴 시네마) 나온 것은 1953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우주비행사로 일했던 마크 켈리(가운데 앞)가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사진은 2011년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AP=연합뉴스]

우주비행사로 일했던 마크 켈리(가운데 앞)가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사진은 2011년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AP=연합뉴스]

선거는 매케인 의원 사망으로 이뤄진 특별 선거였기 때문에 켈리는 지난달 30일 애리조나주가 선거 결과를 인증한 뒤 바로 취임했습니다. 다른 의원들은 내년 1월 3일 의회 개원 때 취임하게 됩니다.

그는 변신의 배경에는 아내 가브리엘 기퍼즈 전 민주당 의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내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총기 난사 사고가 계기였습니다.

전 우주비행사였던 마크 켈리(왼쪽)가 지난 2일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아내 가브리엘 기퍼즈(오른쪽)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했다. [AP=연합뉴스]

전 우주비행사였던 마크 켈리(왼쪽)가 지난 2일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아내 가브리엘 기퍼즈(오른쪽)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했다. [AP=연합뉴스]

기퍼즈 전 의원은 미국에서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슈퍼 우먼'으로 통합니다.

2011년 당시 애리조나주 하원의원이었던 기퍼즈는 지역구인 투산의 쇼핑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총기 난사 사건에 휘말립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습니다. 기퍼즈도 머리에 총탄을 맞았지만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습니다. 후유증에 반신 마비 상태였던 그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재활에 성공해 주목받았습니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가브리엘 기퍼즈 미국 하원의원(왼쪽)이 지역구인 애리조나주 투산의 데이비스-몬선 공군기지에서 추수감사절 음식을 만들어 장병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연합뉴스]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가브리엘 기퍼즈 미국 하원의원(왼쪽)이 지역구인 애리조나주 투산의 데이비스-몬선 공군기지에서 추수감사절 음식을 만들어 장병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연합뉴스]

하지만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지는 등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켈리와 기퍼즈는 2013년 시민단체를 결성해 총기 난사 사고 예방 운동에 나섭니다. 범죄자나 정신질환자들이 총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도록 촉구하고 나선 것이죠.

켈리 의원도 이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번 선거 유세 영상에서 "우주 비행사로서, 해군 조종사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하지만 내가 아내에게 배운 것은 어떻게 정책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더 좋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켈리는 2013년 아내와 함께 '책임있는 해결책을 찾는 미국인'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총기 관련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AP=연합뉴스]

마크 켈리는 2013년 아내와 함께 '책임있는 해결책을 찾는 미국인'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총기 관련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AP=연합뉴스]

켈리는 경찰관으로 일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1986년 미국 상선 사관학교에서 해양공학과 항해학을 전공했으며 최우등으로 졸업했다고 합니다. 1994년 미국 해군 대학원으로부터 항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7년 해군 비행사가 된 그는 39차례 전투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가 조종한 시간만 5000시간 이상이라고 합니다.

유능한 해군 비행사이던 그는 1996년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에 의해 우주왕복선 조종사로 선정됩니다. 그와 일란성 쌍둥이인 스콧 켈리도 같은 해 우주비행사로 뽑힙니다. 형제는 우주비행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위한 '쌍둥이 연구'에 참여해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켈리는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와 디스커버리호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등 4번의 우주 비행을 했습니다. 스콧은 340일간 ISS에서 생활해 미 우주인 중 가장 오랜 시간 우주에 머문 인물로 기록됐습니다.

우주생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쌍둥이 연구에 참여한 켈리 형제. 스콧은 우주에서 340일간 생활했으며, 전직 우주인인 마크는 지상에서 생활했다. [NASA 제공]

우주생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쌍둥이 연구에 참여한 켈리 형제. 스콧은 우주에서 340일간 생활했으며, 전직 우주인인 마크는 지상에서 생활했다. [NASA 제공]

이제 정치인의 삶을 걷게 된 켈리의 롤모델은 전임인 고(故) 존 매케인 의원입니다. 마크 켈리는 취임 선서식 전에 가족들과 매케인 의원의 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오랜 기간 공화당 텃밭이던 애리조나에서 켈리가 당선된 건 매케인 덕이 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케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반복한 것이 애리조나 주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매케인을 향해 트럼프는 "포로로 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은 아니다"라고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언행에 오랜 기간 매케인을 아끼고 키워 온 지역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진 겁니다. 매케인의 아내 신디도 이번 대선에서 공개적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상원의원이 된 마크 켈리(왼쪽)가 가족들과 함께 선서식 전 존 매케인 의원의 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켈리는 이 사진을 취임 선서식 당일에 올렸다. [트위터]

상원의원이 된 마크 켈리(왼쪽)가 가족들과 함께 선서식 전 존 매케인 의원의 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켈리는 이 사진을 취임 선서식 당일에 올렸다. [트위터]

민주당원인 켈리와 평생 공화당원으로 살았던 매케인. 비록 둘의 정치적 신념은 달랐지만, 나라를 위해 싸웠다는 점에서는 닮은꼴입니다.

둘 다 해군 조종사 출신입니다. 매케인은 베트남전에, 켈리는 걸프전에 각각 참전한 '참전 용사(베테랑)'입니다.

마크 켈리는 존 매케인 의원(공화당)과 닮은 꼴이다. 둘 다 해군 조종사였으며 참전용사였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 2018년 암으로 별세했다. [AP=연합뉴스]

마크 켈리는 존 매케인 의원(공화당)과 닮은 꼴이다. 둘 다 해군 조종사였으며 참전용사였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 2018년 암으로 별세했다. [AP=연합뉴스]

켈리는 매케인의 남은 임기를 채우는 것이 자신에게 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매케인 의원은 내가 조종사였던 시절부터 나의 영웅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켈리는 최근 매케인의 아내인 신디에 "상원 의원실에 남아 있는 매케인의 책상을 그대로 쓰고 싶다"는 '특별한 부탁'을 전했다고 합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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