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1804명 삶 바꾼 '엄마'···中시골마을 공짜 여고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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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무료 여자고등학교를 만든 장구이메이(63)는 이달 초 중국을 바꾼 여성 9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습니다. 11일엔 중국 중앙선전부가 꼽은 '시대의 모범'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12년간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아이들의 삶을 바꿔놓은 공로를 인정받은 겁니다.

[후후월드] #장구이메이 교장…자기 집도 없이 학교기숙사 생활 #병 앓으면서도 헌신, 월급, 상금 등은 교육에 쏟아

학교를 세우기 전, 장은 남편과 함께 교사 일을 하던 평범한 여성이었습니다. 부부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1996년 남편이 갑작스레 위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장은 홀로 남겨졌습니다. 그는 교사 일을 계속하며 2001년부터 화핑현 아동복지관 원장까지 맡게 됩니다.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가운데)이 이달초 중국을 바꾼 여성 9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가운데)이 이달초 중국을 바꾼 여성 9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원장 겸 교사로 지내던 그는 어느 날 13살짜리 여자아이를 길가에서 만나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소녀는 장에게 "공부하고 싶어, 결혼하고 싶지 않아"라며 울먹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소녀의 부모는 소녀를 결혼시키는 대가로 3만 위안(약 501만원)을 받기로 하고 아이에게 학교를 그만두라고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장은 소녀의 집으로 찾아가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 학비는 내가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녀의 어머니는 장이 결혼을 중단시키면 죽어버릴 것이라며 강하게 맞섰습니다. 결국 장은 소녀를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장은 신화통신에 "다시는 그 소녀를 보지 못했다"면서 "평생 후회하는 일"이라고 회상했습니다. 가난한 가정의 소녀들이 원치 않아도 학교를 그만두는 일은 당시 중국 산골 마을에서는 여전했습니다.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다.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다.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장은 소녀를 생각하며 무료 고등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아이들은 모두 공정한 출발선을 가져야 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출발선에 설 기회조차 없었다"고 했습니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성금을 받아 2008년 윈난성 리장시에 화핑 여자고등학교를 열었습니다. 2008년 첫해에 100명의 여학생이 입학했습니다. 모든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면제였습니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학교에 보내달라고 학부모를 설득하는 장구이메이.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학교에 보내달라고 학부모를 설득하는 장구이메이.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야심 차게 시작한 학교였지만 갈 길이 멀었습니다. 개교 당시 치러진 입학시험에서 학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한 몇몇 학생들은 150만점 만점인 수학시험에서 6점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장은 모든 학생을 대학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고 자정이 넘어서야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학생들은 정성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이 학교는 개교 이래 매년 100%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의 관심은 오로지 학생뿐이었습니다. 자기 집이 없다 보니 장은 개교 때부터 지금까지 12년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해왔습니다.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장 선생님은 몸무게가 현저히 줄어 마른 모습이다.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장 선생님은 몸무게가 현저히 줄어 마른 모습이다. [신화망, 베이징청년망]

그는 '중국 최고의 교사' 등으로 불리며 받은 상금과 기부금, 월급 대부분을 합쳐 지금까지 100만 위안(1억6000만원)을 학생들 교육에 쏟아부었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주지 않는 집이 있다면 직접 찾아갔습니다. 스쿠터, 트랙터, 심지어 말을 타고서까지 가정을 방문해 학부모를 설득했습니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왼쪽)을 다시 만난 졸업생. [하오칸 동영상]

학비와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왼쪽)을 다시 만난 졸업생. [하오칸 동영상]

본인은 폐기종과 소뇌 위축 등 17가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장은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고 몸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계단을 오르기도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장의 몸무게는 과거 65kg에서 현재는 40kg대로 줄었습니다. 그는 "매일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아이들과 얼마나 더 지낼 수 있을지를 세어 보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 덕분에 의사가 된 졸업생 쑤민. [하오칸 동영상]

학비와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 여고를 만들어 180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구이메이 선생님 덕분에 의사가 된 졸업생 쑤민. [하오칸 동영상]

지난 11일 중국 관영 CCTV는 '시대의 모범'이란 프로그램에서 장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장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디지털 서적도 출판됐습니다.

졸업생들은 경찰·변호사·의사·교사·대학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장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릅니다. 학교를 통해 새 삶을 살 수 있게 해줘서입니다. 장은 "학생들이 잘살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졸업생 중에는 '제2의 장구이메이'가 되기 위해 교사가 된 이들도 많습니다. 저우윈리는 친언니와 함께 화핑 여고를 다녔습니다. 대학 졸업 후 중학교 교사가 된 그는 수학 교사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모교로 달려갔습니다.

저우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가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장 선생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힘이 생기면 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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