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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靑윗선 겨누나···'월성원전 자료 삭제' 산업부 2명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성1호기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4일 구속됐다.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대전지법. 신진호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대전지법.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1시 45분쯤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53) 와 C서기관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영장이 발부된 공무원 2명은 지난 10월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사람이다. 다만 과장급 공무원 B씨의 영장은 기각됐다. 오 부장판사는 "B과장은 영장청구된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추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업자원부 핵심 공무원 2명의 구속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심각성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가 지난 2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상 감사방해 혐의, 방실침입 등 3개이다. A국장과 C서기관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지난해 12월쯤 월성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실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대전지법, 산업부 국장·서기관 구속영장 발부 #과장급 공무원 1명은 '범죄 인정하고 있다" 기각 #

 이와 관련, 대전지검은 윤 총장이 직무배제 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중순 감사원법 감사방해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올렸다. 이때 윤석열 검찰총장은 보완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전지검은 다른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사원법 감사방해죄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대전지법 301호 법정. 신진호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대전지법 301호 법정. 신진호 기자

 검찰이 적용한 혐의 가운데 공용전자기록 손상죄는 공무원이 작성한 문서를 위작하는 행위로 징역 10년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전날 다른 직원의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에 불법 침입한 행위는 방실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방실침입죄는 징역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구속된 산업부 C서기관은 지난해 12월 1일 일요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월성 원전 관련 청와대 보고 문건 등 444개를 지웠다. 감사원 감사 결과 C서기관은 평일에는 야근하는 직원이 많아 자료 삭제에 부담이 되자 휴일을 택했다고 한다. 당시 산업부는 “감사 대상인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으로 보기 어려운 객관적 증거들이 검찰 수사에서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검찰은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해 지난 2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검찰은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해 지난 2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산업부 간부 공무원 2명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 판사 출신 변호사는 “심야 자료는 증거 인멸 시도로 볼 수 있어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공무원들이 국가 중요 문서를 조직적·의도적으로 삭제한 행위는 무겁게 처벌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백운규·채희봉 등 '윗선' 핵심 관계자 소환 방침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경위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도 예상된다. 검찰은 백 전 장관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핵심 관계자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백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을 했으며 채 전 비서관의 현재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대전=김방현·신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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