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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 절·교회 가고 싶지만…코로나 무서워 '집콕' 기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마당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손주 등의 고득점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마당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손주 등의 고득점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부모들의 수능 기도 풍경도 예전과 사뭇 달랐다. 교회나 성당, 절에 모였던 학부모들이 예년과 달리 올해는 ‘집콕’이나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기도회로 몰렸다.

학부모 “논술도 봐야는데…집에서 기도”

2021학년도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온라인 수능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온라인 수능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8시 경기도 고양시에서 고3 수험생 아들을 시험장에 배웅한 김모(54)씨는 “불안한 마음에 절이라도 가고 싶지만 코로나19가 무서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겠다. 경건한 마음으로 집에서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3 학부모 A씨는 “수능 이후에 딸 아이 논술 일정이 줄줄이 있다. 대학 논술을 확진자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교회에 안 가고 집에서 예배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종교계도 '학부모 위한 비대면 기도회' 

종교계에서도 현장 기도 대신 온라인 비대면 기도회로 방향을 돌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비대면 기도회를 진행한다. 오전 11시 30분 기준 실시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 기도회에 참여한 이는 500여명이다. 천주교 명동성당은 예정됐던 수험생을 위한 특별미사를 취소했다. 오전 7시와 10시, 오후 6시와 7시에 열리는 미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지만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참석 인원을 전체 수용 인원의 20% 수준으로 감축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조계종에 자녀들의 수능 선전을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조계종에 자녀들의 수능 선전을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오전 8시 40분부터 현장 기도를 시작했지만 대웅전 앞은 비교적 한산했다. 추위를 피해 설치한 천막 안에는 70여명의 신도가 자리해 기도를 드리고 있었지만 천막 밖에 마련된 간이 의자 50여 개는 텅 비어 있다. 예년같으면 500~600명 정도가 몰렸을 대웅전에도 인원 제한으로 40여명 정도만 모여 기도를 드렸다.

조계사 “수능 기도 참석자 10분의 1로 줄어” 

기도를 드리던 고3 학부모 최모씨는 “어머니가 조계사에 다녀서 왔다. 아이가 재수를 하는데 제발 올해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염 우려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안에서 열 체크랑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조계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보통 수능 기도를 하러 1000여명 정도 되는 학부모가 몰렸는데 오늘은 전체를 다 합쳐도 100여명 정도다. 10분의 1 수준”이라며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이전과 달리 점심 공양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 기도를 생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 대광사에선 기도 열기 여전  

한편 코로나19 거리 두기 상황에도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기도 열기가 꺾이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 대광사 내 미륵보전에는 자녀 이름과 수능 고득점을 염원하는 문구를 적은 팥 주머니 10여개와 공양미 수십 석이 수북하게 미륵보살 옆에 쌓였다. 오전 9시부터 열린 대광사 수능기도법회에는 약 80명에 이르는 수험생 가족들이 참석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수능 원서 사진을 무릎 옆에 두고 수능을 무사히 치르기를 기도했다. 또 다른 법당에서도 학부모 4~5명이 모여 108배 등을 하며 자녀의 고득점을 기원했다. 법회에 참석한 한 70대 여성은 “손녀가 수능을 보는데 집에 있을 수만은 없어 기도를 드리려 나왔다”며 “코로나19 속에서 수능이 치러지느라 걱정이 많다. 모든 수험생이 시험을 잘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불공드렸다”고 말했다. 대광사 관계자는 “이번 수능 때 코로나19로 맘고생 한 학부모와 수험생이 많아서인지 법회 분위기는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우림·채혜선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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