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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압박에 발 동동 ... 중-인도 사이 '이곳'의 한숨

중앙일보

입력

'행복의 나라'로 불리는 부탄은 작은 산악 국가다.
땅덩이도 작고 인구도 약 77만 명에 불과하다. 이 고요한 나라가 요즘 뒤숭숭하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자리한 탓이다.

부탄 팀부의 대불상 [AFP=연합뉴스]

부탄 팀부의 대불상 [AFP=연합뉴스]

BBC 방송은 중국과 인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부탄 동부지역의 '사크텡 야생 동식물 보호구역(Sakteng Wildlife Sanctuary)'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았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지역이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부탄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부탄 국왕 [로이터=연합뉴스]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부탄 국왕 [로이터=연합뉴스]

"사크텡 보호구역은 명확하게 부탄 영토"라는 주장에도 중국 외교부가 "중국과 부탄의 경계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중국과 부탄이 국경 문제로 부딪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 지역은 중국이 지금껏 언급하지 않았던 곳이다.

부탄에서는 "심지어 중국 지도에도 이 지역이 부탄 영토로 표시되어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부탄 사크텡 지역 [사진 셔터스톡]

부탄 사크텡 지역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왜 이 지역을 탐내는 걸까.

BBC는 "사크텡 보호구역은 중국이 인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와 가까운 지역"이라며 "부탄보다는 인도를 견제하고자 하는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부탄은 전통적으로 인도와 매우 가까우며 특히 안보 분야에서는 인도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중국이 겨냥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지난 6월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서 부딪친 이후 내내 갈등 중인 두 대국 사이에 부탄이 끼어버린 셈이다.

중국과의 국경 분쟁 지역으로 향하는 인도군 [AP=연합뉴스]

중국과의 국경 분쟁 지역으로 향하는 인도군 [AP=연합뉴스]

뿐만 아니다. 도클람 지역에는 중국이 아예 마을과 도로를 건설했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인도 언론이 위성 이미지를 내세워 이 보도를 연일 내보냈고, CNN 등 주요 외신도 이를 인용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지역 역시 부탄이 실효 지배 중이긴 하지만 중국과 인도가 갈등하고 있는 곳이다.

부탄 측에선 일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로테이 체링 부탄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로테이 체링 부탄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CNN은 "부탄은 인도와 매우 가깝지만, 점점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진행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지원 등을 미끼로 부탄에 계속 러브콜을 던지고 있어서다.

때문에 부탄 내부에서도 계속 '반중노선'을 고집할 경우 경제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뜸해지긴 했지만, 쏟아지는 중국인 관광객 덕에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관광업계에선 특히나 조마조마하다.

아시아의 두 거인 사이에 낀 부탄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부탄 입장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BBC)는 보도만 나오고 있어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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