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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마음 건강 비추는 거울

중앙일보

입력

'신년 돼지꿈을 꾸셨습니까'. 비단 새해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취업과 진학을 앞두고 꿈에 관심이 많은 때다.

한국 갤럽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8.7%가 일주일에 한번 이상 꿈을 꾸며 42.6%가 꿈이 앞날을 예측한다고 믿고 있다(그래픽 참조). 현대의학이 바라본 꿈의 정체를 알아본다.

◇ 꿈이란 무엇인가

개나 소.쥐는 물론 돌고래까지 포유류는 대부분 꿈을 꾼다. 꿈은 의학적으로 렘수면 도중 나타나는 대뇌의 일시적 각성 현상이다.

렘수면이란 90분 간격으로 반복되는 수면 시기로 빠른 안구운동과 함께 특징적으로 팔다리엔 마비에 가까운 근육 이완이 나타난다.

따라서 무서운 꿈을 꿀 때 긴장해서 손에 힘을 불끈 쥐는 영화의 장면은 사실이 아니다. 인간은 예외없이 누구나 꿈을 꾼다. 단지 기억을 못해 꿈을 꾸지 않았다고 여길 뿐 매일 평균 1백분 정도 꿈을 꾼다.

◇ 왜 꿈을 꾸는가

가장 유력한 설은 대뇌의 청소다. 낮 동안 눈과 귀 등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 저장된 수백만가지 정보 중 불필요한 것들을 꿈을 통해 걸러낸다는 것이다.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효과도 얻는다. 꿈을 통해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본능적 욕구를 해결한다.

꿈은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꿈을 꾸는 동안 근육 등 신체는 이완 상태에 돌입함으로써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렘수면을 방해해 꿈을 꾸지 못하게 하면 여러가지 몸의 질병이 나타난다.

그러나 꿈을 자주 꾸는 것은 건강과 상관이 없다. 꿈의 자극이 강할수록,개인의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뛰어날수록 꿈은 자주 꾸게 된다.

◇ 좋은 꿈이란 따로 있는가

그렇지 않다. 꿈의 해석은 전적으로 문화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우리에게 최고의 길몽은 돼지꿈이지만 이슬람교 국가에선 재수없음의 상징이다.

우리에겐 개꿈이 서구에선 충성과 노력이 비로소 결실을 본다는 뜻의 길몽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반면 한국인에게 돼지나 용.똥은 돈벼락이나 출세를 의미하는 길몽으로 통용된다.

다만 심리학적인 심벌은 존재한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꿈은 무의식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꿈에서 동굴(여성의 성기), 칼(남성의 성기), 뱀(성적 유혹)등이 자주 보인다면 성적 욕구가 억압되고 있음을 뜻한다는 것.

그러나 심벌을 통한 단편적 꿈의 해석은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꿈은 마음의 거울이다. 특히 평소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의식을 효과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돼지꿈을 자주 꾼다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해석하기보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망이 크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불안증으로 고생하는 20대 남성의 꿈을 보자. 그는 홍수가 나서 집에 갔더니 강아지와 아버지가 물에 떠 내려가는 꿈을 꾸었다. 문제는 그가 아버지보다 강아지를 먼저 건져올리느라 아버지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의 정신분석 결과 그는 어릴 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적개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곤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아버지가 보신탕으로 잡아먹은 사실을 떠올렸다.

꿈의 분석을 통해 그의 불안증은 무의식 속에 내재된 부친과의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는 먼저 부친과의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그를 괴롭히던 원인 모를 불안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불안과 초조.우울.불행 등 여러가지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강렬한 꿈을 반복해서 꾼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무의식 속에 감춰진 갈등이 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자신이 어떤 꿈을 꾸는지 평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꿈을 꾸지 않는다는 사람은 훈련을 통해 꿈을 기억할 수 있다.

우선 잠자리에서 베개 곁에 필기도구를 놓고 잔다. 꿈에서 깨면 바로 메모하고 잠을 자면 된다. 기상 직후 바로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강렬하고 긴 꿈은 취침 직후보다 기상 직전에 흔하기 때문이다. 눈을 뜨면 몸을 움직이지 말고 누운채 명상을 통해 밤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회상하면 많은 경우 꿈을 되살릴 수 있다.

◇도움말 주신 분 ▶김종하 신경정신과 김종하 원장 ▶마음누리 정신과 정찬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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