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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4. 간을 살리자 <끝>

중앙일보

입력

'간염은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죽여 완치시킬 순 없지만 증식을 억제해 효과적으로 길들이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 만 해도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많은 인터페론 주사밖에 없었지만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는 격언대로 신약들이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마리는 의외로 에이즈 연구과정에서 나왔다.

에이즈 치료제 중 일부가 간염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을 중심으로 간염의 최신 치료법들을 살펴본다.

◇B형 간염

FDA의 공인을 거쳐 1999년 국내에도 도입된 제픽스(성분명 라미뷰딘)가 대표적 치료제다. 과거 치료제인 인터페론에 비해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이며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순 보균자는 치료 대상이 아니며 ALT나 AST 등 간 효소 수치가 올라가 있거나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수치가 올라가 있을 때 사용한다.

즉 보균자의 간에서 얌전히 있을 때엔 사용하지 않다가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등 말썽이 생길 때 처방된다. 간염이란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효과는 탁월해 거의 대부분 염증이 가라앉아 ALT나 AST, 바이러스 DNA 수치가 정상으로 내려온다. 활동성과 전염성을 뜻하는 e항원도 환자의 30~60%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수 년 이상 사용하면 제픽스에 대한 내성(耐性)을 지닌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긴다는 것. 약을 끊게 되면 다시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이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이 올 9월 미 FDA의 공인을 받은 아데포비어(상품명 헵세라)다. 제픽스와 마찬가지로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 GSK가 시판하고 있다.

제픽스와 치료 통로가 서로 달라 제픽스에서 생긴 돌연변이 바이러스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1년간 임상시험한 결과 환자의 80%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이 억제돼 혈액검사상 음성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밝혀졌다.

드물지만 콩팥에 독성이 있어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흠. 내년 초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제픽스와 아데포비어를 번갈아 사용할 경우 B형 간염을 효과적으로 억누를 수 있어 사실상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형 간염

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B형 간염에 비해 C형 간염은 1% 내외로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될 확률이 B형 간염보다 보다 훨씬 높다. B형과 달리 예방백신도 없다.

지금까지 C형 간염 치료를 위해선 인터페론 주사가 사용돼 왔다. 그러나 고열과 몸살 등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으며 그나마 4명 중 1명 정도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흠이다.

하지만 리바비린 병합요법이 등장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인터페론 주사에 먹는 항바이러스제제인 리바비린을 동시에 투여하는 방법이다.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8개 병원에서 리바비린 병합요법을 실시한 결과 66.3%의 간 수치가 치료 직후 좋아졌으며 50.7%는 6개월 뒤에도 정상으로 유지됐다. 18세 이상과 60세 미만인 환자 중 ALT 수치가 올라가고 바이러스 RNA가 검출될 때 사용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 형태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자신의 간염바이러스가 어떤 유전자인지 미리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리바비린 병합요법은 기존 인터페론 단독치료에 비해 치료효과가 2명 중 1명 꼴로 높아진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으며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연간 수백만원의 약값이 드는 것이 문제다.

최근 주목받는 C형간염 신약은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기업 호프만라로슈가 개발한 페가시스(성분명 페그인터페론)다. 종전 인터페론은 주 3회 주사해야 하는데 페가시스는 체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 주 1회 주사로 충분한 것이 장점. 페가시스+리바비린 병합요법도 주목할 만하다.

올 10월 FDA의 공인을 받은 이 병합요법은 기존 인터페론+리바비린 병합요법보다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전자형이 2형과 3형인 C형 간염 바이러스인 경우 80~90%까지 치료효과가 올라간다는 것. 페가시스는 내년 초 국내 의료계에 도입될 예정이다.

◇도움말 주신 분=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 분당 박영민내과 박영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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