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탄절 앞두고 관중석 개방, 선물? 악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22일(한국시각) 무관중으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 경기. [로이터=연합뉴스]

22일(한국시각) 무관중으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 경기.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가 잠갔던 관중석의 빗장을 푼다. 팬과 리그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반기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방역 당국 표정은 어둡다.

영국정부 다음 달부터 일부 개방 #구단 적자 보전을 위한 고육지책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한국시각) ‘코로나19 겨울 계획’을 발표하며 “영국 전역에서 시행한 2차 봉쇄를 다음 달 2일부터 해제한다. 이와 더불어 프리미어리그 무관중 조치도 끝내기로 했다. 축구 팬들이 느꼈던 절망을 십분 이해한다. 가능한 한 빨리 팬들을 경기장으로 돌아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영국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1~3단계로 나눠 관중석 개방 규모를 정한다. 1단계는 최대 400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2단계는 2000명, 3단계는 무관중이다.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24일 기준 일일 확진자는 1만5450명이다. 하루 사망자도 206명이나 나왔다. 누적 확진자는 152만7495명이며, 사망자는 5만5230명이다. 이런 상황에도 프리미어리그 관중석을 개방키로 한 건 파산 직전까지 몰린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재정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BBC는 이날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의 연말 재정 보고서를 보도했는데, “이번 시즌 내내 무관중이 이어질 경우 손실액이 최대 1억5000만 파운드(2230억원)”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이미 심각한 재정 적자 상태다. 코로나19에 따른 무관중 경기 탓에 2019~20시즌에 6390만 파운드(95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직전인 2018~19시즌에 6860만 파운드(1019억원)를 번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축구장 관중석을 열기로 한 결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심각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던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환영 일색이다. 반면 방역 당국은 근심이 깊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관계자는 BBC 인터뷰에서 “축구 팬은 관중석 개방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긴다. 하지만 이 결정이 ‘바이러스 대규모 재확산’이라는 악몽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