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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내달 복제인간 탄생,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나랑 똑같이 닮은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가 내년 1월 초 인류 최초의 복제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26일 발표하자 경쟁이라도 하듯 바로 다음날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인 클로네이드가 다음달 중 복제된 여자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답니다.

인간복제는 과연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복제인간이 태어나면 어떤 문제점이 있을지 알아봅시다. (편집자)

1.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복제 인간이 태어난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복제하는 건가요?

1996년 영국에서 최초의 복제양(羊) 돌리가 태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걸 기억하시죠? 사람을 복제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돌리를 복제한 것과 같은 체세포(體細胞)복제 기술을 사용합니다.

체세포란 말 그대로 살과 뼈, 혈액 등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말합니다. 이론적으로 어느 부위든 가능하지만 사람의 경우 주로 귀의 피부세포를 일부 떼어내 이용하고 있죠. 체세포에서 유전물질인 DNA가 담겨 있는 핵만 따로 떼어냅니다.

그리고 다른 여성에게서 난자를 채취한 뒤 여기서 핵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복제하고자 하는 체세포의 핵과 핵을 제거한 난자를 전기적.화학적 방법을 동원해 융합시킵니다. 이렇게 합쳐진 세포를 대리모의 자궁 속에 심어준 뒤 아홉달 동안 키워 태어나게 하면 인간복제가 완성됩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 이래 인간의 탄생은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나야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체세포 복제 기술은 정자와 난자 없이도 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2. 과연 앞으로 한두달 안에 세계 최초의 복제인간이 탄생한다는 발표가 현실로 이뤄질까요?

영장류인 사람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복제가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 정설입니다. 실제 양과 돼지, 쥐는 복제에 성공했지만 사람은 물론이고 원숭이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조물주가 영장류만큼은 과학자들이 장난치기 어렵게 창조하셨나 봅니다.

그러나 복제기술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시도하다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번 이탈리아 안티노리 박사팀이나 미국 클로네이드 연구진의 주장은 허풍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르면 올해 말에 태어날 수도 있다는 발표로 미뤄보면 이미 복제된 태아가 뱃속에서 다 자란 상태로 추정됩니다. 초음파나 염색체검사 등 현대의학기술을 동원하면 태아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탄생을 호언하고 있는 걸 보면 태아가 지금까진 순조롭게 자라고 있다는 뜻이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태어날 복제 아기와 체세포 기증자간 유전자를 비교해 보면 금세 들통이 날 터이므로 이들의 호언장담은 현재까진 사실로 보입니다. 인간복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뜻입니다.

3. 체세포를 복제하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되나요?

적어도 육체적으론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가 동일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를 연상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자신이 처음 이 땅에 태어날 때와 똑같은 몸뚱이를 지닌 또 한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셈이지요.

그러나 인간은 영혼을 지닌 존재입니다. 영혼은 후천적 교육과 학습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체 역시 영양과 운동 등 건강관리 여하에 따라 수십년 후 질병에 걸리거나 환경의 영향으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키.생김새 등 인간의 외모나 골격은 극단적인 굶주림이나 영양 과잉이 아니라면 전적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므로 수십년 후에도 복제아기는 체세포 제공자와 비슷한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4. 복제인간이 실제로 탄생하면 어마어마한 혼란이 빚어지지 않을까요?

가령, 올해 30세인 A씨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아기 B군이 태어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자궁을 빌려준 대리모와 난자를 제공해준 여성이 서로 다른 사람일 경우 과연 B군의 어머니는 누구일까요? 그에 앞서 A씨와 B군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혼란스럽지 않나요?

A씨 부부는 B군을 자신의 아들처럼 키울지 모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두 사람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30년의 나이차가 나는 거죠. B군이 자라 자신이 복제 인간이란 사실을 알게 됐을 때엔 또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요?

복제인간 기술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전자를 반반씩 이어받아 아들.딸이 태어나 새로운 가족이 되는 오랜 인류의 전통과 관습을 송두리째 허물어 놓을 수도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신의 영역인 생명의 창조에 인간이 감히 도전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종교계에서도 반대가 극심합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5. 그럼 각국 정부는 복제인간 연구나 실험을 규제하지 않나요?

유전 공학이 발달한 많은 나라가 법률을 만들어 복제인간 실험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현재 이런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고요.또 유엔은 '인간복제금지 국제협약'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선 "너무 엄격하게 연구를 금지하면 생명공학 발전에 지장이 있다"면서 "실험용의 배아 복제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어디까지 연구를 허용하고 어느 단계에서부터 연구를 금지할 것인지 선을 긋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하원에서 실험용으로 인간의 배아를 복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반면 영국.일본 등에서는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배아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이슬람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규제장치가 없고요.

6. 법적.윤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왜 복제인간을 탄생시키려 하나요?

인간 복제를 시도해 임신 33주째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한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박사는 불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그는 결혼을 했지만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부부들도 자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인간 복제를 추진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전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복제 기술이 인류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복제 기술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약품이나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답니다.

하지만 엉뚱한 생각을 갖고 인간복제를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음달 세계 최초의 복제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발표한 미국의 클로네이드란 단체는 종교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인간 복제가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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