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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봐도 너무 나갔나…음모론 변호사에 "우리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드니 파월 변호사(오른쪽)와 루돌프 줄리아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문 변호사(왼쪽) EPA=연합뉴스

시드니 파월 변호사(오른쪽)와 루돌프 줄리아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문 변호사(왼쪽)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변호인단이 ‘선거부정’ 음모론을 주장한 변호사와 선 긋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등 일동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시드니 파월 변호사는 혼자서 변호사 일을 하고 있다”며 “그는 트럼프 변호인단 소속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변호사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파월 변호사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과 함께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며 근거 없는 ‘선거 부정’ 음모론을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파월 변호사는 19일 워싱턴 공화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0년 대선 개표에 쓰인 전자개표 시스템 ‘도미니언’이 2013년 사망한 휴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표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주장의 근거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22일 성명을 내 "파월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22일 성명을 내 "파월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 트위터 캡처

파월 변호사는 21일에도 뉴스맥스에 출연해 조지아주(州)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공화당)와 브래드 라펜스페르거 서기관(공화당)이 주 상원의원 결선 투표에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어떤 후보도 과반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 득표율 상위 2위인 현역 켈리 로플러 상원의원(공화당)과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가 내년 1월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파월 변호사는 아무 근거 없이 더그 콜린스 하원의원이 득표율에서 로플러 상원의원을 앞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콜린스 의원의 득표율은 19.9%로, 로플러 상원의원(25.9%)이나 워녹 후보(32.9%)의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트위터에 “루디(루돌프의 애칭) 줄리아니, 조셉 디지노바, 빅토리아 토엔싱, 시드니 파월, 제나 엘리스. 아주 훌륭한 팀이 우리의 놀라운 변호사와 대표인단에 추가됐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NYT는 파월 변호사의 주장이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조차 폭넓게 조롱을 받았으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19일 기자회견이 끔찍했다며 며칠간 불만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익명 관계자들은 NYT에 21~22일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의 몇몇 보좌관들이 파월 변호사와 갈라서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줄리아니 변호사도 ‘파월 변호사는 너무 멀리 갔다’고 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전 뉴욕시장 출신의 줄리아니 변호사. AP통신=연합뉴스

전 뉴욕시장 출신의 줄리아니 변호사. AP통신=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주 등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21일에는 펜실베이니아 중부연방지법의 매슈 브랜 판사가 트럼프 캠프가 펜실베이니아 개표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펜실베이니아 관내의 다른 지역 유권자들과 달리 우편투표에서 실수를 수정할 기회를 못 얻었다는 2명의 유권자 사례를 앞세우며 펜실베이니아의 700만개 표를 무효로 해달라고 했다.

브랜 판사는 “이 같은 주장은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같은 것”이라며 “깜짝 놀랄 결과를 원한다면 고소인은 강력한 법적 주장과 만연한 부정에 관한 사실적 증거로 단단하게 무장해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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