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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충돌 점입가경…여당 속도전에 주호영 "文 우릴 속였다"

중앙일보

입력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두고 여야 충돌이 커지고 있다.

22일 국민의힘이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의 쓰레기 하치장, 종말 처리장이 될 것”(주호영 원내대표)이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부정부패 용의자의 저주와 같은 언어”(신영대 대변인)라고 맞받아쳤다. 내년도 예산안, 법안 처리 등 과제가 산적한 연말 정기국회에 공수처가 파행 도화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與 12/3 D-day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가능한 12월 2일, 늦어도 3일에는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사실상 활동 종료를 선언하자 민주당은 ‘법 재개정 후 연내 출범’ 방침을 굳혔다. 늦어도 12월 초 개정안이 통과돼야 국회 청문회를 거쳐 연내에 공수처가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올해 정기국회 종료일은 12월 9일이다.

첫 물리적 충돌은 오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사위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현재 민주당은 3건(백혜련안·박범계안·김용민안), 국민의힘은 1건(유상범안)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윤호중 법사위원장 등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김용민안은 최종 후보자 추천 의결정족수를 ‘재적 위원 3분의 2(5명)’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회 간사(오른쪽 두번째)가 민주당 법사위원들과 함께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무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회 간사(오른쪽 두번째)가 민주당 법사위원들과 함께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무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이라는 현행 기준을 야당이 발목잡기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논리에서 나온 수정안이다. 국회 몫 추천위원을 ‘여야 교섭단체 각 2명 추천’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조항도 들어있다.

박범계안과 백혜련안은 국회의장이 공수처장 임명 키를 쥐도록 했다. 박범계안은 의장이 정한 기간이 지나면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추천위원에 자동 임명되도록 했다. 백혜련안은 최대 50일 안에 추천 절차가 끝나도록 설계했다.

文 거론 시작한 野

반면 유상범안은 공수처 수사범위를 줄이고 기소권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이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법사위 단계에서부터 여야 대립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공수처 관련 발언을 공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5월) 야당 원내대표인 제게 문 대통령은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공수처는 야당의 동의 없이는 절대 출범할 수 없는 겁니다’라고 얘기했다”며 “여당 사람들이 우리를 속였다”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제게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것인데 왜 야당이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분이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취임 이후 왜 임명하지 않았느냐.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의 쓰레기 하치장, 종말 처리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국민의힘은 참고 또 참아왔다. 공수처의 무리한 급발진이 국회를 멈출 만큼 시급한 사안인지 여당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오른쪽 부터), 김도읍 간사, 전주혜, 유상범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위헌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지연하고 있다며 항의 방문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오른쪽 부터), 김도읍 간사, 전주혜, 유상범 의원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위헌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지연하고 있다며 항의 방문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장외 투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해 사실상 장외 투쟁은 불가능하다. 최대한 국회 안에서 싸우며 대국민 여론전을 병행하게 될 것”(당 관계자)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주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또 ‘군사작전’을 개시하면 그걸 누가 막겠냐. 공수처법을 막을 힘이 우리 야당에는 없다. 삭발하고 장외투쟁해 봐야 눈 하나 깜짝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희미한 협상의 끈

이런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23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다. 김태년·주호영 간 공수처 담판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국민의힘 측 “후보 재추천” 요구가 민주당의 “연내 출범” 주장과 상충해 전망이 밝지 않다.

박 의장이 처한 딜레마는 커지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임 문희상 의장이 지난해 말 예산안, 선거법 개정안 통과 등으로 ‘날치기’란 오명을 썼는데 박 의장이 불명예 전철을 밟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에 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할 경우 야당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된다. 박 의장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장은 정책협치의 촉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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