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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마라토너 임성준 "자신감 되찾으려 42.195km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끊임없이 주저앉고 싶다는 유혹을 받지만 쓰러질 순 없죠. 나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니까. "

1일 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 마지막 경기인 시각장애인 마라톤에 도전하는 임성준(24.사진)씨. 그는 국내 장애인 최초의 풀코스 마라톤맨이다.

물체가 아주 가까이 있을 때만 '뭔가 있다'고 어렴풋이 느낄 정도의 1급 장애를 딛고 42.195㎞를 열다섯 번이나 완주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길'을 그가 달리기 시작한 건 리라공고 2학년이던 1997년이다.

1학년 때 시신경 위축 증세가 나타나더니 그만 시력을 잃고 말았다.

"사람 만나는 게 싫어졌고 방황을 시작했지요. 그런 제게 부모님은 늘 '너는 아직 젊고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격려해 줬어요. 느닷없이 찾아온 좌절과 고통을 이겨낼 자신감을 찾아야 했지요. "

그래서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생 완준(21)씨가 파트너가 됐다. 보이지 않아 때로 부딪치고 넘어지고 구르며 한강 둔치와 남산순환로.석촌호숫가를 달렸다.

서서히 자신감을 갖게되면서 "이왕 시작한 것 제일 어려운 걸로 해보자"며 마라톤을 택했다.

그의 첫 도전은 99년 중앙일보 하프마라톤대회였다. 그 뒤 무려 50~60개 대회에 출전했다. 최고 기록은 2000년 춘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11분.

그는 평소 일주일에 5일은 달리기를, 나머지 1~2일은 하체와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남한산성을 오른다. 더 달리기 위해, 그리고 기록을 깨기 위해서다.

결전 전야, 그는 "좋은 성적으로 부모님께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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