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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녀도 가방 감금?” “그런 훈육 안했다”…‘의붓아들 살해’ 계모 항소심

중앙일보

입력

‘의붓아들 여행가방 감금 사망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2년이 선고된 계모의 항소심 공판이 18일 시작됐다.

지난 6월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로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6월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로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2)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지난 9월 A씨에 대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 측 모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 피고인 상대 직접 신문 #계모 "친자녀는 거짓말 안해, 학대도 없었다" #검찰, "1심 형량이 너무 낮다" 무기징역 요청

A씨는 지난 6월 1일 11시50분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9세)을 7시간가량 여행용 가방에 가둬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군을 10여 차례 학대하거나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항소심 공판에는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직접 나와 1심 선고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1심에서 검찰은 “A씨의 살인 고의성 등이 인정된다”며 살인죄를 적용,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의 재범이 우려된다며 20년간 위치추적 장치부착 명령도 요청했다.

여행가방에 감금돼 의식불명에 빠졌던 9살 아이가 지난 6월 1일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구급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계모(오른쪽 노란색 옷). [연합뉴스]

여행가방에 감금돼 의식불명에 빠졌던 9살 아이가 지난 6월 1일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구급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계모(오른쪽 노란색 옷). [연합뉴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다 아동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엄벌이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1심 재판부가 재범의 위험성을 오인,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을 기각했지만 재범 우려가 높다”고도 했다.

변호인 "학대는 인정, 살인 고의성은 인정할 수 없어"

반면 A씨 변호인은 “먼저 (숨진)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고 운을 뗀 뒤 “살인의 고의가 없었는데도 1심 재판부가 사실을 오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학대 혐의는 인정하지만, 상습성과 고의성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 출석한 A씨를 상대로 직접 심문을 진행했다. “친자녀를 훈육할 때도 가방에 넣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A씨는 “(친자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가방에 감금하는) 훈육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를 여행가방에 감금할 당시 B군이 사라져주길 바라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A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육을 두고 피해자의 친부와 다퉜지만 따로 살거나 아이를 심하게 학대할 생각이 없었다고도 했다.

지난 6월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로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6월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검찰로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아이를 어떻게 가방에 감금할 생각을 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A씨는 “처음에는 옷장에 가뒀는데 점점 강도가 세졌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친자녀를 가방에 감금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가정한 질문에 그는 “이해할 수 없다. 구출하고 신고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를 심문하면서 B군이 어떻게 여행가방에 감금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숨진 B군은 어깨가 33㎝인데 감금된 가방은 폭이 2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가방에 억지로 넣고 올라가 뛰는 바람에 지퍼가 터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 "가방 감금 피해자 숨쉬기조차 힘들었을 것" 

재판부는 “아이의 힘으로는 도저히 여행가방의 지퍼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숨쉬기조차 힘들었을텐데 이런 모든 증거를 통해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18일 오후 2시 열린다.

지난 9월 16일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는 “범행수법이 잔혹하고 (피고인에게서)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측은지심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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