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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못쉰다는데···계모는 아이를 가방에 넣고 올라타 뛰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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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9살 의붓아들을 여행 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계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이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10일 오후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이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10일 오후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의붓아들을 7시간가량 여행 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A 씨(41·여)를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애초 경찰은 A씨에 대해 아동학대 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 시민위원회를 열고 사건을 심의했다. 심의 결과 만장일치로 ‘살인죄’ 적용이 결정됐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찰시민위윈회 개최 #만장 일치로 '살인죄' 기소 의견으로 결정 #7시간만에 가방 열어, 이미 아이는 심정지 #경찰, 계모 아동학대치사혐의 적용해 송치

수사 결과 A씨는 지난 1일 낮 12시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9)을 여행 가방(가로 50㎝·세로 71.5㎝·폭 29㎝)에 3시간가량 감금했다. 이어 오후 3시20분쯤에는 더 작은 여행가방(가로 44㎝·세로 60㎝·폭 24㎝)으로 B군을 들어가게 했다.

A씨는 가방에 갇힌 B군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데도 가방을 눕혀놓고 위에서 뛰는 등 학대행위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드라이기로 가방 안에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B군의 울음소리나 움직임이 줄었는데도 그대로 방치, 고의로 살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아파트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은 9살 아이가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아파트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의식을 잃은 9살 아이가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B군이 가방에 갇힌 지 7시간쯤 지난 오후 6시45분쯤 별다른 반응이 없자 지퍼를 열었다. 가방 안에서 쭈그리고 있던 B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7시25분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아파트에 도착했을 당시 B군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B군은 이틀 뒤인 3일 오후 6시30분쯤 숨졌다. B군을 치료한 의료진은 가방 안에서 산소가 부족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도 “질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군이 가방에서 나온 지 40분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군을 가방에 감금한 뒤 3시간가량 외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 29일까지 12차례에 걸쳐 B군을 요가 링으로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1일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9살 아이가 계모에 의해 7시간가량 감금됐던 여행가방. [사진 독자]

지난 1일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9살 아이가 계모에 의해 7시간가량 감금됐던 여행가방. [사진 독자]

검찰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여성·강력범죄전담부 부장검사 등 3명의 검사로 전담수사팀을 구성, A씨와 B군의 친부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 분석과 주거지 압수 수색, 범행도구 감정 등을 통해 A씨의 추가 학대 사실과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도 확보했다.

애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송치 전까지 A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지속해서 학대해왔고 범행 당일 7시간 동안 가방에 가뒀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해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10일 오후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이 9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를 10일 오후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26일 B군의 친부 C씨(42)에게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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