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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3. 정신질환 양지에서 치료받자

중앙일보

입력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이모(23)씨는 16세 때부터 집안 물건을 부수는 등 심한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다.

가족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그는 지역 내 정신보건센터가 생기면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증상이 사라져 물류센터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정신과 의사라고 하면 환자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모습을 흔히 떠올린다.그러나 현대의학에서 정신과 환자가 재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치료제의 공헌이 크다.

뇌과학.정신약물학 발전에 따라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능을 높인 약들이 속속 출현하기 때문.

◇세 가지 치료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항(抗)불안제, 기분을 좋게 하는 항(抗)우울제,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혼란해진 생각을 정리해주는 항(抗)정신병 약이 있다.

이중 항불안제(바리움.아티반 등)는 불안장애와 신경성 위장병 등 스트레스 관련 질환 치료에 쓰인다.

이 약의 복용기간은 스트레스 대처능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 복용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는 "항불안제는 약간의 의존성이 있으나 마약처럼 심하지는 않으며 장기 복용해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프로작.졸로프트.세록삿 등)는 만사를 귀찮아하고 게을러진 사람을 의욕적인 사람으로 바꾸며, 지워지지 않던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기억력을 되살려주고 스트레스에 대한 참을성도 높여준다.

단점은 항불안제와는 달리 복용후 1주일은 지나야 약효가 나타나며 심한 우울증 환자는 증상이 없어진 후에도 3개월 이상 더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장점은 의존성이 없어 중독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항정신병약은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바로잡아 뇌의 정보처리과정에서 오류(망상.환청 등)를 줄여준다.

과거 항정신병약은 얼굴의 표정을 없애고 동작을 둔하게 해 어딘가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게 했다. 환자와 가족들이 약 복용에 심한 거부감을 가졌었다.

그러나 최근엔 부작용이 거의 없는 항정신병약(리스페리돈.자이프렉사.세로켈 등)이 개발돼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약을 복용하면 정신분열증 환자 10명 중 7명은 3~4개월 내에 증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재발 방지.재활에도 효과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항정신병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정신분열증 환자의 70% 이상이 1년 내에 병이 재발하나 약만 먹으면 재발률이 20~30%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기 치료가 관건

조금 상태가 좋아지거나 항정신병 약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임의로 환자가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약의 부작용은 대부분 1~2주 내에 저절로 없어지거나 정도가 약해진다.

약을 복용하면서 술.담배.한약 등을 함께 먹는 것은 곤란하다.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 하루 두세 잔 정도의 커피는 괜찮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늦은 오후엔 커피를 삼가거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임신한 여성 정신분열증 환자는 첫 3개월은 가능한 한 모든 약을 끊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한 경우라도 가장 적은 용량을 복용해야 한다. 정신분열증 역시 조기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정신과 최낙경 교수는 "치료가 늦어지면 치료효과가 떨어져 입원기간이 늘어나고 정신기능의 손상이 굳어질 수 있다"며 어린이.청소년 등은 정신기능이 발달하는 단계에 있으므로 반드시 조기 치료를 받도록 권장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과 이영문 교수는 "정신분열증 환자로 진단되면 우선 환자에게 항정신병약을 복용하도록 하고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좋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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