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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급기야 지방으로 번진 외고집 주택 정책의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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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거듭될수록 주택 정책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국민 누구든 교육·직장·결혼으로 집을 구하고 거주지를 옮기려고 해도 마땅한 집을 찾기 어렵다. 세입자는 전셋값이 올라 임대료 마련 걱정 때문에 밤잠을 못 잔다. 서민은 성실하게 종잣돈을 마련해 집을 사려고 해도 집값이 너무 올라 바라볼 수 없게 됐다. 주택 보유자는 생활비를 위협할 만큼 급격히 오르는 세금 부담 때문에 한숨이 깊어간다. 이쯤 되면 이런 정책은 민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국민 주거불안 초래…24번째 대책 만지작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는 국민 목소리 들어야

이 같은 집값 불안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뢰’한다는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21% 오르며 한 주 전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지방은 규제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0.27% 상승하며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산·대구·대전·울산·광주 등 5대 지방 광역시는 한 주 전보다 0.39% 뛰었다. 집값이 뛰자 전셋값도 뛰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5대 광역시가 다 올랐다.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것은 수도권이나 광역시를 넘어 지방의 8개 도에서도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뛰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 집값 잡기에서 시작된 핀셋 규제가 서울 강북과 수도권에 이어 광역시를 거쳐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까지 연쇄적으로 파급된 결과다. 부동산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하면 예외 없이 나타나는 풍선효과의 전형이다. 이런 부작용은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할 때도 나타났다. 강남을 비롯한 버블세븐을 규제하자 전국 부동산이 꿈틀거렸다.

지금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정책과 함께 임대차 3법까지 동원되면서 똘똘한 한 채 보유하기가 확산해 주택 가격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지방에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부산시 해운대구, 대구시 수성구 같은 곳만 급등하고 있다. 다주택자를 옥죄자 수도권에서도 양평·속초 같은 곳에서도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정부는 외고집 정책을 수정할 뜻이 없다. 이번 주 중 24번째 대책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공공임대 단기공급 확대가 골자라고 한다. 머리 가려운데 발바닥 긁는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나 시정연설 등에서 어김없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다. 이제 이런 약속을 믿을 국민이 있을까.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국민이 적지 않다. 국민을 모르모트로 한 실험적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책 책임자들은 누구를 위한 외고집 주택정책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