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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바이든 효과..급 친해진 한국ㆍ일본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에게 특별한 인사를 했다. 화면 위 왼쪽부터 리커창 중국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에게 특별한 인사를 했다. 화면 위 왼쪽부터 리커창 중국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친일파 욕하던 문재인 '특히 일본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되자..박지원과 여권중진의원들 도쿄로

1.
친일파 욕하던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친일로 돌아선 듯합니다.

정보수장인 국정원장이 8일 공개적으로 일본으로 날아가 스가 총리를 만났습니다.
이어 여권중진 김진표와 윤호중을 포함한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이 12일 몰려가 총리를 포함해 주요 정치인들을 줄줄이 찾았습니다.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2.
워낙 갑작스런 변화라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급회전을 비아냥거릴 필요 없습니다. 비록 태도변화는 돌발 수준이라 비난의 소지가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개선이란 방향은 맞기에 칭찬해야 합니다.

성과도 있어 보입니다. 얼마전까지 한국 정치인들 만나주지도 않던 스가 총리와 니카이 자민당간사장 등이 다소 애매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한일관계에서 이 정도면 물밑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3.
눈에 띄는 것은 국정원장 박지원의 전격등장입니다. 뭔가 문제가 복합적이고, 정부가 서두른다는 인상입니다.

북한이 관련돼 있어서입니다. 박지원은 일본정부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었습니다.
바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입니다. 아베 전 총리가 집념을 보였으나 전혀 풀지 못한 난제입니다.

더더욱 일본의 관심을 끈 것은, 납치자 문제를 북한의 ‘도쿄 올림픽 참여’와 연결한 대목입니다.
올해 코로나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행사입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전후 일본의 재건을 만방에 알린 것처럼, 이번 올림픽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세월’을 털고 일어선 일본의 건재를 알린다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4.
정계 실력자 니카이 간사장이 생방송에 등장해 ‘도쿄올림픽 활용은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양국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로 정리해야 하고, 국민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좀 더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입니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에 대해 ‘조건을 정돈해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불참’이 아니라 ‘조건부 참석’이지만 진전입니다.

박지원은 ‘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의 특별한 인사말이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5.
한일 관계의 최대변수는 미국입니다.
양국이 역사문제로 자존심 싸움을 하는한 관계개선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과거 사례를 보면, 주요 진전은 대개 미국이 양국을 압박했을 때 가능했습니다.

크게 보자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에서부터 2015년‘위안부 합의’에 이르기까지.
국교정상화 당시 일본이 외환보유고의 절반을 한국에 내준 것은 김종필의 협상력보다 미국의 압력 때문입니다.
2015년 합의 당시 아베 총리가‘사죄와 반성’이란 문구에 동의한 것도 미국의 작용입니다.

6.
최근 한일 양국의 급격한 화해모드 역시 미국 대선결과 바이든 대통령 당선 덕분입니다.

바이든은 동맹을 강조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봉쇄’를 위한 필수 동맹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최근 적대감이 깊어졌습니다. 태평양 동맹강화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한일관계의 개선입니다.

일본이 공들이는 나라는 미국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와 골프 치다가 벙커(모래함정)에서 자빠지는 모습은 그 상징입니다. 트럼프의 호감을 사기위해 아베는 온 몸을 바쳤습니다.

7.
스가는 바이든의 호감을 사기위해 몸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스가는 조만간 의회를 해산해야 합니다.
인기가 더 떨어지기 전에 조기 총선으로 재집권하기위해. 잘 하면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마치고 다시 3년 더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성과를 내야 합니다. 올림픽도 치르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맞서는 아시아의 대표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자존심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와중에 납치자 문제가 해결된다면 금상첨화죠.

우리에겐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꾀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친일 반일을 초월한 국익을 위해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