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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내내 애 낳아야 할판" 자녀 셋이어야 '로또 특공'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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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커지며 특별공급 당첨 하한선이 치솟았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 견본주택.

'로또'가 커지며 특별공급 당첨 하한선이 치솟았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 견본주택.

#1. 경기도 안양에 사는 30대 후반 김모씨. 결혼 5년 차로 최근 청약 접수한 과천 지식정보타운(지정타) 84㎡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신청했다. 청약점수가 50점대여서 일반공급 당첨은 어렵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은 기대했다. 같은 지정타에서 지난 7월 먼저 나온 아파트에선 자녀 둘이면 신혼 특별공급 당첨이 충분히 가능했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과천 '지정타' 특별공급 당첨자 분석 #신혼·다자녀, 자녀 수가 당첨을 좌우 #특별·일반 공급 당첨 하한선 치솟아

하지만 예상 밖으로 탈락했다. 김씨가 신청한 주택형의 하한선이 자녀 3명이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자녀 수를 우선해 당첨자를 뽑는다. 김씨는 “‘신혼부부’의 기준이 혼인 기간 7년 이내인데, 신혼 내내 자녀를 낳아야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2. 자녀가 넷인 50대 초반 박모(서울)씨는 자녀 3명 이상이 대상인 다자녀 특별공급에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자녀가 4명이어서 당첨 하한선을 넘었지만, 영·유아가 없어 점수가 낮았다. 박씨는 “자녀 넷이면 떼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자녀' 자녀 넷으로 불안 

청약가점 저점 자의 로또 당첨 지름길로 통하던 특별공급의 문턱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높아졌다. 일반공급 못지않게 청약 경쟁률이 치솟은 결과다.

공공분야에 이어 지난달부터 민영주택에 도입한 생애최초 구입 특별공급은 추첨 방식이어서 ‘운’이 당첨을 좌우한다. 나머지 신혼부부·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 특별공급은 일정한 자격 내에서 점수로 뽑는다. 신혼부부는 자녀 수가 좌우한다. 다자녀는 일반공급 청약가점과 다른 별도의 배점표에 따라, 노부모는 청약가점을 적용해 당첨자를 가린다.

업계에 따르면 10~12일 과천 지정타 3개 단지 당첨자 발표 결과,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과천 이외 수도권 34개 모집군 중 17개가 자녀 수 3명이 하한선이었다. 2명이 16개, 한 명이 하나다. 지난 2일 청약접수에서 신혼부부 경쟁률이 141대 1이었다. 지난 7월 경쟁률이 80대 1이었던 S6블록 신혼부부 당첨자 발표에선 자녀 3명이 없었다. 10개 모집군 중 7개가 2명이었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다자녀 특별공급도 경쟁률이 59대 1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하한선은 고공 행진했다. 과천을 제외한 수도권 14개 모집군 중 11개 하한선 점수가 80점 이상이었다. 6개가 85점이었다. 동점에서 당첨자를 결정한 자녀 수가 대부분 4명이었다. 7월 S6블록은 모두 3명이었다.

85점을 받으려면 자녀 4명(35점), 영·유아(6세 미만) 2명(10), 무주택 10년 이상(20), 수도권 거주 기간 10년 이상(15), 청약통장 가입 기간 10년 이상(5)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자녀 수와 영·유아 자녀 수가 각각 1명당 5점이다.

무주택인 65세 이상 부모와 함께 사는 노부모는 과천 이외에서 대부분 74점 이상이다. 대개 60점대인 과천 지정타 일반공급 당첨 하한선보다 훨씬 높다. S4블록 전용 84㎡D 타입 경기도 하한선이 만점에서 5점 모자라는 79점이었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경쟁률이 일반공급보다 낮아도 자격이 되는 사람들의 ‘진검 승부’여서 특별공급 당첨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말했다.

일반공급 당첨 비운의 '69' 

로또 아파트 당첨 하한선의 '로켓 상승'에 신규 분양 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과천지정타 일반공급에선 자녀 둘인 15년 이상 무주택자도 탈락이 속출했다. 통장가입 기간도 15년 이상이면 69점으로 웬만해선 받기 어려운 점수다. 그런데 하한선 점수로 69점이 많았다. 3개 단지 54개 모집군 중 24개 하한선이 69점이었다. 동점자는 추첨으로 가린다.

자료: 업계 종합

자료: 업계 종합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모두 각각 15년 이상으로 만점(각 32점, 17점)이면서 자녀가 둘(20점)인 고점 자가 많다”며 "자녀가 한 명 더 있거나 부모와 함께 살아야 74점 이상으로 69점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74점도 마음 놓을 수 없다. 13개 하한선이 74점이었다.

30대 ‘패닉 바잉’(공포 구매)를 달래기 위한 정부의 특별공급 확대가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모두의 하한선을 올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이 분양가 6억~9억원 주택에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30%(맞벌이 14%)로 10%포인트 올라갔다. 문이 넓어진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혼부부 소득 기준을 추가로 완화할 예정이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과천 지정타 같은 공공택지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에 생애최초 특별공급 15%가 도입됐다. 그만큼 일반공급 물량이 줄어들었다.

청약 과열의 근본 원인은 지나친 로또다. 과천 지정타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반값도 안 돼 가구당 평균 1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예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당첨자가 저렴한 주택 공급의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총 주택 공급량을 확대하기보다 같은 물량 내 기준만 완화해 로또 청약과열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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