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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브 인수까지 나선 KT, KT는 왜 ‘유료 방송 공룡’이 되려 하나

중앙일보

입력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인 KT가 광폭 행보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SO), 위성방송을 모두 합친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가 인수전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에 대한 매각 예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TV 업체인 현대HCN에 대한 인수 절차도 진행 중이다.

KT계열, 딜라이브·HCN 인수시 점유율 41.5%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KT 2020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과 B2B ICT 시장 1등 기업 실현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KT 2020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과 B2B ICT 시장 1등 기업 실현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고,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를 완료하면, KT 계열의 유료 방송시장 점유율은 41.5%까지 올라간다. 기존 KT IPTV(738만명)와 KT스카이라이프(321만명)가 전체 시장의 31.5%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딜라이브(201만명)와 현대HCN(133만명)까지 합치면, KT계열은 가입자 수 1393만 명의 압도적인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 중 딜라이브는 시장 점유율이 높기도 하지만 가입자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시장에서 알짜 매물로 통한다. 하지만 비싼 인수 가격과 노조 부담 등으로 인해 수년째 인수합병이 무산된 전력이 있다. 업계에서 딜라이브 인수에 대해‘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1위를 굳힌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선 까닭은 뭘까.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우선 통신 사업의 매출은 정체 상태인데 비해 비통신 분야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현모 KT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은 규제로 지난 5년간 성장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IPTV와 디지털전환(DX) 플랫폼 쪽이 성장해 (통신 대 비통신이) 현재 2대 1의 구조에서 2025년이 되면 5대 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올 3분기 기준, KT의 IPTV·스카이라이프·콘텐트 자회사 등 ‘미디어 3인방’이 벌어들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3.8%에 달한다. 구 대표 역시 “미디어 플랫폼은 집안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라며 “TV에 인공지능이 들어가면서 쇼핑·교육 분야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고 강조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정내 인터넷과 전자 기기, 인공지능(AI) 스피커, IPTV 등이 모두 연동되고 이들이 결합 상품으로 묶이기 때문에 IPTV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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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대표, “확실한 1등 기반, 콘텐트 분야 진출”

KT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IP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IP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료 가입자를 기반으로 콘텐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깔려있다. 구 대표는 “기존 IPTV와 스카이라이프 매출에 현대HCN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시즌’까지 포함하게 되면 약 3조원의 비즈니스 규모가 된다”며  “확실한 1등 기반을 갖고 내년부터 콘텐트 분야에 적극적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1400만 명에 달하는 유료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방송ㆍ영화ㆍ음악 등의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는 자체적인 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콘텐트 수급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KT는 현재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와 제휴한데 이어 내년 하반기 국내 진출을 준비 중인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를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향후 해외 콘텐트의 수급과 제휴 관계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딜라이브가 높은 인수 가격을 요구할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되거나, 인수 후 KT에 경영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딜라이브까지 인수되면 유료방송 시장이 이통3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결국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인해 이통 3사간 무선통신 점유율 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며 “딜라이브를 적은 가격에 인수해 가입자당 매출액을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기대했던 인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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