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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OUT’ 선언 5개월만에…애플 ‘칩 독립’ 첫 맥북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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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팀 쿡 애플 CEO가 자체개발 칩셋 ‘M1’이 들어간 최신 맥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애플]

팀 쿡 애플 CEO가 자체개발 칩셋 ‘M1’이 들어간 최신 맥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애플]

애플이 인텔과의 중앙처리장치(CPU) 동맹 관계를 끝냈다. 애플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자체 설계한 칩셋 ‘M1’을 탑재한 신형 노트북을 출시하면서다. 애플의 PC용 기기에 인텔이 아닌 자체 칩셋이 들어간 것은 2006년 이후 14년 만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앞으로 2년간 인텔 칩에서 자체 칩으로 모두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인텔로부터의 ‘독립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이 주도했던 ‘X86’ 위주 PC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설계는 ARM, 생산은 TSMC 맡겨 #팀 쿡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칩” #CNBC “애플, 인텔에 한방 날렸다” #인텔 주가 5개월새 30% 추락

애플은 이날 ‘M1’과 이를 탑재한 노트북 ‘맥북에어’ ‘맥북프로’, 소형 데스크톱 ‘맥미니’ 신제품을 공개했다. M1은 애플이 직접 설계해 아이폰12에 탑재한 모바일용 칩셋 ‘A14’를 PC용으로 개조했다. 아이폰이 아닌 맥(Mac)에 들어가는 칩셋인 까닭에 이름에 M이 들어갔다.

애플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인텔 칩이 들어간 전작과 비교해 CPU는 최대 3.5배,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최대 6배 구동이 빨라졌다. 배터리 수명도 2배 이상 길어졌다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애플 독립 선언에 휘청이는 인텔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애플 독립 선언에 휘청이는 인텔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M1은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의 설계도에 애플의 자체 역량으로 설계·개발했다. 양산은 반도체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foundry)인 대만 TSMC가 맡았다.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됐다. 미세공정을 택했기 때문에 기존 인텔 칩보다 크기가 작아졌고, 이에 따라 발열도 줄었다.

M1에는 8코어 CPU, 8코어 GPU를 비롯해 보안 칩과 16코어 뉴럴엔진(NPU)이 들어갔다. 사람의 뇌처럼 병렬 연산을 하는 NPU가 16코어나 들어가 머신러닝 기능이 강화됐다. 전자기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은 인공지능(AI)의 기초가 된다. 팀 쿡 CEO는 이날 “M1은 애플이 창조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칩이 될 것”이라며 “오늘은 맥과 애플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반도체 시장의 플레이어로 데뷔했다는 의미 부여다. CNBC는 “애플이 인텔에 한 방 날렸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애플의 독립선언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을 주름잡던 인텔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임한 로버트 스완 인텔 CEO는 지난 9월 CNBC에 출연해 “결국은 성능으로 말해야 한다”며 애플을 압박하기도 했다.

흔들리는 인텔, 사업모델 한계 왔나

1978년 ‘8086’ 명령어 체계를 시작으로 ‘386→486→586’ 등 CPU의 세대 변화를 이끌었던 인텔은 최근 들어 기술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설계부터 양산까지 모두 맡는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텔이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경쟁업체 AMD는 대만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파트너십을 맺고, 7나노 CPU를 내놓기도 했다. 퀄컴도 ARM의 설계 명령어 체계를 빌린 PC용 CPU를 내놨다. MS의 노트북인 ‘서피스프로X’뿐 아니라 레노버·에이수스 같은 PC 업체가 퀄컴 칩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인텔의 주가도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6월 주당 63.87달러이던 인텔 주가는 지난 10일 45.44달러까지 떨어졌다.

김영민·전수진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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