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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바이든 시대, 단합과 치유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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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랜 기다림 끝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7일(현지시간) 선거인단 과반수를 넘김으로써 이번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바이든이 이날 고향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한 승리 선언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단합’과 ‘치유’였다. 그는 연설 첫머리에서 “나라를 분열이 아닌 단합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이 하나임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우리는 역사상 가장 다양한 정치적 연합을 이뤘다”며 “단합하고 치유해 모든 미국인에게 도움을 주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때 무너진 민주 모범국가 면모 되찾길 #세계 리더 겸 국제 질서 수호자 역할도 필요

이런 약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분열될 대로 분열된 미국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조치임이 틀림없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라는 명분 아래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와 인종 간 갈등을 부추겼다. 가뜩이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후유증으로 악화한 경제적 불평등마저 트럼프의 정책으로 더욱 심각해졌다. 양쪽의 중재자 노릇을 해야 할 미국의 미디어마저 두 쪽으로 갈려 편파보도를 일삼아 온 데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이로써 백인과 유색 인종 간, 부자와 빈자 간, 그리고 트럼프 지지파와 반대파 간의 갈등과 증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던 것이다.

2차대전 이래 트럼프의 등장 전까지 미국은 전 세계의 리더이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서 소임을 다해 왔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숭고한 이념을 전 세계에 전파해 온 민주주의 모범국가였다. 이랬던 나라가 트럼프 집권으로 휘청거리면서 국내적으로는 혼란과 갈등을, 대외적으로는 동맹국과도 불협화음을 쏟아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이 혼란과 갈등 대신 통합과 치유하는 모습을 통해 모범적인 민주국가의 면모를 되찾길 기대한다. 그래야 미국 못지않게 분열과 대립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바람직한 선례를 배우고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며 “힘이 아닌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이란 바이든의 다짐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트럼프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주판알을 튕기며 오로지 경제적 손익만을 따졌다. 때로는 미군 철수 등으로 위협하며 우방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 했다. 최대의 경쟁국인 중국 등은 물론 동맹국과의 관계도 금이 갈 대로 간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바이든이 이끌 미국이 세계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다시금 맡겠다고 하니 더없이 반갑다.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의 단합과 치유책을 통해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가 또다시 화목하고 건강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