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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법정에서 다툴 것" 예고...12월 8일까지 선거인 확정 못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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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정 보도를 접하고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정 보도를 접하고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이 전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의사에 여전히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보도가 나오자 즉시 성명을 내고 “정당한 승자를 가리기 위해 월요일부터 법정에서 소송할 것”이라며 법정 싸움을 예고했다.

트럼프, "월요일부터 소송" 법정 싸움 예고 #대선 일정, 8일까지 선거인 확정, 14일 투표 #2000년 대선 일정으로 재검표 기각한 적 있어 #확정 못하면 결국 주 의회로 공 넘어가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가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 확정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성명에서 ″진정한 승자를 앉히고 선거법을 보장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법정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펜스 선거캠프]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가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 확정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성명에서 ″진정한 승자를 앉히고 선거법을 보장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법정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펜스 선거캠프]

바이든 당선인이 막판 역전에 성공해 0.2%p(1만 195표) 차이로 승리한 조지아주(州)는 이미 재검표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통령 선거일(3일)이 지나 도착한 우편투표를 분리해 따로 집계한다. 6일 연방대법원이 3일을 넘겨 도착한 펜실베이니아주 우편 투표의 집계를 중단시켜 달라는 공화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기 때문이다. 더힐에 따르면 약 4000~5000표의 우편투표가 이 판결에 영향을 받는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3만 7298표(개표율 98%)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외에도 애리조나·미시간·위스콘신·네바다주 등에도 무더기 소송을 걸어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위한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재 득표율이 앞서는 모든 주(노스캐롤라이나, 알래스카, 메인주 1인)를 차지한다고 가정해도 펜실베이니아(20)·조지아(16) 외에 다른 주 한 곳이 더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줄소송으로 법적 다툼이 장기화할 경우 당선인을 확정하는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지에선 나온다. 이 경우 당선인 공백 상태가 이어지며 정국 혼란이 극심해질 수 있다. 무차별 소송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는 관측도 한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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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선거제인 미국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려면 각 주가 선거인단을 정해 투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1887년 ‘선거인 계수법’에 의해 이 일정도 정해져 있는데, 올해의 경우 12월 8일 각 주가 선거인을 확정하고, 14일 투표를 해야 한다.

일단 법원은 대혼란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을 이 기한 안에 종결할 가능성이 크다. 연방대법원이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재검표를 놓고 분쟁이 벌어졌을 때 초고속으로 결정을 내린 것도 그래서였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각 주에서 선거인 확정 날까지 재검표할 방법이 없다며 주 최고법원의 재검표 판결을 뒤집었다.

물론 대선 선거 일정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8월 ‘각 주에서 선거인을 확정하는 날짜를 올해 선거에 한해 12월 8일에서 1월 1일까지 늦추는 방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무더기 소송의 영향으로 만약 일부 주에서 정해진 기간까지 선거 결과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후 어떻게 될까. 미국 헌법에 따라 선거인을 정하는 권한은 주 의회에 있다. 각 주의회는 지금까지 유권자가 투표한 결과에 따라 선거인을 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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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거 결과가 확정되지 않으면 이론상으론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통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에 나선 주는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조지아, 위스콘신, 애리조나, 미시간 등 경합주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5개 주는 모두 주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조지아와 애리조나는 주지사까지 공화당 출신이다.

미국 주의회-주지사 당적.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국 주의회-주지사 당적.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지사가 민주당 출신인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은 주지사와 주 의회가 각각 다른 선거인단 명부를 보내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주 의회가 정한 선거인단 명부를 주지사가 이를 추인해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역시 법적으로는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 지역지인 모닝콜에 따르면 케빈 보일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론상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주지사의 추인 없이 선거인단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가 맞붙은 1960년 대선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하와이주 개표 결과를 두고 재검표와 소송전이 벌어지자 선거인단 선출 마감일을 앞두고 당시 하와이 공화당 주지사와 민주당 주의회는 각기 다른 선거인단 명부를 승인했다. 이때는 전국 선거 판세에서 뒤진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가 승복하며 일단락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만약 각기 다른 선거인단 명부가 연방 의회에 동시에 제출될 경우 ‘선거인계수법’에 따라 연방 상·하원에서 각각 어떤 명부를 채택할지 정한다. 문제는 상·하원에서 각각 합의·표결한 의견이 갈릴 경우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구성된 의회가 결정권을 갖는데,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상·하원 다수당이 될 확률이 높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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