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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더기 소송…배럿 합류한 '보수' 대법원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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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불복 사태가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 3곳을 대상으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소송 대상은 막판 우편투표 개봉과 함께 역전당했거나 역전 위기에 몰린 러스트벨트 3개 주와 선벨트의 조지아다.

대법원, 소송 수용 땐 12월 14일 당선자 미확정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일보]

4일(현지시간) 트럼프 선거캠프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조지아 주정부를 상대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고, 위스콘신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각 지역의 개표 과정에서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되고, 트럼프 선거캠프 측 참관인들의 접근이 제한됐다는 이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새벽 연설을 통해 "우편투표 문제를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우편투표 개표 기간 연장 인정 못해”

펜실베이니아는 개표 후반 우편투표함이 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AP통신에 따르면 개표율 74% 상황에서 13%포인트 차이로 앞서가던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율 89% 현재 2.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판세가 불리해지자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주정부의 우편투표 접수 기간 사흘 연장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펜실베이니아 주가 당초 선거일 당일 소인이 찍힌 경우 6일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로 유효표로 인정해 접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월 펜실베이니아 주 대법원은 공화당 주의원들이 주정부의 우편투표 접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공화당은 연방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했으나 연방대법원도 지난달 21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화당은 유사한 소송을 연달아 제기하며 신속심리(패스트트랙)를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관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연방대법관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방대법원이 우편투표 접수 연장 취소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주 대법원 판단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엔 보수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원장과 뜻을 같이하면서 4대 4대 동수로 갈라져 공화당 요청을 기각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전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지난달 27일 합류하면서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선거캠프가 또 다시 제기한 우편투표 접수 기간 취소 소송을 현재 연방대법원이 받아들여진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별도로 트럼프 캠프는 공화당 측 개표 참관인들이 투표용지 개표 과정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며 일시적 개표 중단 소송을 낸 상태다.

"개표 절차 불투명…참관인의 접근 보장 안 돼" 

미시간 주에서도 공화당 측 개표 참관인의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공화당은 조슬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을 상대로 한 소장에서 "미시간 주법으로 보장한 ‘의미있는 접근’을 보장받지 못했다"면서 “의미있는 접근이 허가될 때까지 개표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개표가 완료된 표에 대해선 재검표도 요구했다.

미시간 주법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개표 과정에 참관인을 참석시킬 수 있다. 또 부재자 투표용지를 개표하는 과정은 영상으로 촬영돼 참관인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개표소에 난입해 개표 중단 시위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개표소에 난입해 개표 중단 시위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선거 캠프 측은 공화당 측 참관인이 개표 과정에서 제외되고, 일부 개표소에서 영상 촬영을 하지 않는 등 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 주공화당은 주내 12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우편투표 무효표가 유효표에 포함되지 않도록 분리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채텀 카운티의 한 개표소에서 개표원이 투표 마감 시한인 3일 오후 7시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53개(무효표)가 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유효표 무더기에 넣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는 우편투표 접수기한을 당일 투표 마감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저스틴 클라크 트럼프 캠프 부본부장은 성명에서 “합법적인 우편투표 용지는 선거 당일 오후 7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원 선거 관계자들이 뒤늦게 표를 불법적으로 유효표로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반대한 재검표, 이번엔 트럼프가 요청

위스콘신에선 사실상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됐지만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다수 지역 개표소에서 '부정'이 의심된다는 보고가 잇따른다는 이유에서다.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은 “개표 결과의 유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재검표를 요구했다.

위스콘신 주법에 따르면 득표 격차가 1% 이내일 때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4일 오후 기준 바이든은 위스콘신에서 0.7% 포인트(2만 표)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스콧 워커 전 위스콘신(공화당) 주지사는 재검표로도 2만표 격차를 뒤집기는 힘들다고 경고했다.

위스콘신에서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도 약 300만표를 재검표한 적 있다.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의 요구로 이뤄졌다. 당시 트럼프 후보 측은 강력히 반대했었다. 결과적으론 트럼프 후보가 기존 득표수보다 131표를 더 얻어내면서 0.7%포인트 차로 당선을 확정했다.

“근거 약해 기각 가능성”…최악의 시나리오는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선거결과를 무효화하려는 소송을 연방대법원이 인정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미 대선 개표 결과 지연 시나리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 대선 개표 결과 지연 시나리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미 대법원이 대선 전 비슷한 소송에 대해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관련 수백 건의 소송이 이미 법원이 판결을 받았다"며 "다시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법률 전문가를 인용해 “우편투표의 불법성을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제시된다면 트럼프 선거캠프의 심리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소송을 제기해도 주 법원을 거치지 않고 연방대법원이 직접 심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티브 블라덱 텍사스대 법대 교수는 “연방대법원에 앞서 각 주법원에서 심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통상적인 법적 절차를 무시하려 할 경우 법원은 이를 기각할 것”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압박에 연방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 기한 연장 무효 소송을 수용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선거법에 따르면 모든 주는 12월 8일까지 개표와 관련한 법적 분쟁을 마무리 짓고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주 법원이나 연방대법원이 소송을 받아들여 심리를 할 경우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주요 경합주에서 선거인단 명단을 확정 못 해 12월 14일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 투표가 무산될 수 있다. 대선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다. 그럴 경우 내년 1월에 새로 출범하는 미 상원이 부통령을,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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