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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살과의 전쟁' 벌여요!

중앙일보

입력

'헉 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보건소 체력진단실. 러닝머신을 뛰는 아이들의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23일부터 문을 연 서초보건소의 '어린이 날씬 운동교실'에 참여한 아이들이 운동처방사의 지도에 따라 살빼기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개학 후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정덕원(11.서이초등5)군은 "방학 때 8㎏을 빼 연예인 같은 몸매를 갖겠다"며 열심히 훌라후프를 돌렸다.

뚱뚱한 초등학생들이 방학 동안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대한비만학회 등이 주최하는 비만전문캠프나 YWCA가 마련한 체육교실에도 많은 학생이 모여들었다. 종합병원들도 비만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치료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가장 인기있는 곳은 서울시내 일부 구청 보건소들이 방학을 이용해 무료로 개설한 '어린이 비만교실'. 이곳에서는 전문 교사가 비만도 측정부터 바른 식습관, 운동기구 사용법까지 지도해 주고 20여개의 헬스기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서초구보건소 이혜정(42.여.의사)씨는 "초등학교 4~6학년 때가 비만 치료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고지혈증.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李씨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관리보다 방학 때 학원에 보내는 데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초구 어린이 비만교실에도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으나 신청한 학생들의 절반 정도만 교육장에 나왔다. 하지만 일단 비만교실을 찾은 어린이들의 각오는 대단하다. 매일 패스트푸드를 먹었다는 윤모(11)군은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지난 일주일 동안 피자와 햄버거는 입에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만교실에서는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살을 빼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어 올바른 살빼기 방법을 가르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영등포구 보건지도과 사공화(42.여)씨는 "어린이 비만교실은 단기간에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바른 식생활과 운동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司空씨는 "특히 맞벌이 가정은 방학 동안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를 많이 찾아 식단 조절이 엉망이 되기 쉽다"며 "자주 심부름을 시키고 가까운 거리는 걷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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