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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바이든씨…통로 서있던 수행원에 다가와 말 걸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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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방한해 그달 6일 연세대에서 강연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방한해 그달 6일 연세대에서 강연했다. [뉴시스]

“냉정한 느낌이 강한 다른 워싱턴 인사들과 달리 따스한 인간미가 있는 사람.”

외교관·정치인들이 만난 바이든 #“쌀쌀맞은 워싱턴 인사들과 달라 #상대방 존중, 따스한 인간미 넘쳐” #“부통령 8년, 상원에서 오랜 활동 #국제 사안에 박식한 외교 전문가”

5일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매직 넘버’인 선거인단 270명 달성을 눈앞에 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이 한 말이다. 바이든을 직접 만나 본 경험이 있는 그는 “한·미 동맹이 가장 강력했던 시기에 부통령을 지냈고, 민감한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도 말했다. 서울의 전·현직 외교관과 정치인들로부터 직접 만나 본 바이든의 면면을 들어봤다.

이들은 가장 먼저 바이든이 외교·안보 전문가라는 점을 떠올렸다. “부통령 8년의 경험 외에도 상원에서 오랜 기간 관련 위원회에 몸담아 세계 외교·안보 관련 문제에 대해 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준비가 된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전직 외교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시절 유엔 뉴욕본부에 자주 들르곤 했었다”며 “속된 말로 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고, 여러 국제 사안에 대해 박식한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든은 1972년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사법위원회를 거쳐 97년부터 외교관계위원회에서 일했고, 2007년부터는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았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2008년 한·미 의원 외교협회 단장으로 방미했을 때 한 시간 정도 독대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당시 바이든 후보가 66세였는데, “정치 의지가 왕성해 놀라웠다”고 기억했다.

“2·29 합의 파기에 실망, 북한에 환상 없어”

다음 날 판문점 인근의 올렛 초소(GP)를 찾아 한국군 장교로부터 대북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들었다. 바이든(선글라스를 쓴 사람) 옆의 4성 장군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다음 날 판문점 인근의 올렛 초소(GP)를 찾아 한국군 장교로부터 대북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들었다. 바이든(선글라스를 쓴 사람) 옆의 4성 장군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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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핵 문제에서 바이든은 원래 대화파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2년 2·29 합의 파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 전체의 기류가 달라졌다.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지원받는 대신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기로 한 북한이 4월 곧바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며 합의를 파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sick and tired)”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

당시 워싱턴 사정에 정통한 전 외교관은 “2·29 합의 파기 이후 워싱턴의 대화파는 씨가 말랐고, 직접 관여하지 않았어도 외교·안보를 자신의 전문 분야로 생각하는 바이든은 부통령으로서 모든 과정을 면밀히 지켜봤다. 그가 대통령이 돼도 북핵 문제에 대한 환상이나 희망적 사고를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3년 12월엔 한·중·일 순방의 일환으로 방한했다. 그는 특히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세대 강연과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느낀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중요한 일정으로 꼽았다고 한다.

바이든은 박근혜 전 대통령(2015년 10월)이 방미했을 때 별도 오찬을 대접하기도 했다. 안호영 당시 주미대사는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부통령이 부통령 관저에서 박 대통령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손님을 집에 초청하면 왕처럼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실제로도 당시 주인으로서 정성을 다해 대접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안 전 대사는 “이듬해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부통령을 다시 만나 ‘가족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게 아일랜드인과 한국인의 공통점’이라고 하자 너무 좋아하며, 곁에 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 당시 주일대사를 불러 전해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장호진 전 대사도 비슷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오찬한 뒤 일이다.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이었던 장 전 대사는 “우리 대통령이 먼저 백악관을 떠난 뒤 미국 측 실무자와 서서 잠시 대화를 하고 있는데, 바로 앞도 아니고 옆 통로로 지나던 바이든 부통령이 나를 보고 다가와 먼저 말을 붙였다”며 “한·미 관계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와 회담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해 잠시 대화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또 “사실 주빈인 우리 대통령도 이미 자리를 뜬 상황에서 수행원 자격이던 국장에게 부통령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내가 에스코트를 받아 백악관에서 나올 때까지 함께 대화했다. 사람을 존중하며 대한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소, 신사참배 강행하자 불같이 분노”

바이든은 앞서 12월 3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은 앞서 12월 3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은 강력한 미·일 관계도 지향하지만 불쾌한 경험도 한 적이 있다. 바이든은 2013년 4월 방미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를 만나 야스쿠니 신사 봄 제사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아소 부총리는 자신은 천주교 신자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해 놓고선 귀국한 당일 저녁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바이든은 크게 분노했다.

같은 해 12월 3일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바이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를 요청했다. 직후 방한해 “내가 만류했으니 너무 걱정 말라”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12월 26일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바이든은 이후 미 행정부 내에서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적 시도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정효식·손국희 기자,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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