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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는 함께 놀아주는 데서 출발"

중앙일보

입력

"우리 아빠는 잘 놀아주세요. 재주도 많으세요."

서윤호(6)군의 입에서는 "아빠는 집에서 맨날 TV만 봐요"라는 전형적인 논평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 책 '얘들아~ 아빠랑 놀자'(한울림)를 낸 서진석(37.경기도 과천시)씨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만점짜리 아빠다.

바쁜 중에도 짬을 내 아이들과 열심히 놀기 때문이다. '좋은 아빠 되기'는 이 시대의 주요 화두다.

그러나 막상 좋은 아빠 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씨도 처음부터 좋은 아빠였던 건 아니다. 그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 없이 살자는 노키즈족(NO KIDS族)이었다. 부부의 인생에 아이가 끼어드는 게 그리 내키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자"는 동갑내기 아내 김순영씨의 주장이 더 강력했다. 결혼 2년만에 첫 아이 윤호를 가졌다. 3년 뒤에는 둘째 윤하(3)를 얻었다.

소극적인 자세로 얼떨결에 아빠가 되고 보니 아빠 노릇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들이미는 육아책을 하기 싫은 숙제를 하듯 겨우 읽어내는 정도에 그쳤다.

막상 태어난 아이를 안아보고서도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다. 그런 그가 '아빠'라는 걸 자각하게 됐다.

"윤호가 6개월이던 때였어요. 까꿍 하고 어르자 아이가 미소를 짓더군요. 그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의 전세(戰勢)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서씨는 스스로 육아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내가 PC통신에서 쓰고 있던 육아일기는 온전히 그의 몫으로 넘어갔다. 아이들과 노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4년간 40호가 넘는 가족신문도 발행했다.

"놀이를 통해 감성지수(EQ)와 지능을 높인다거나 하는 결과물에는 연연하지 않아요. 아이들 세상에 들어가서 웃는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그런 그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서씨의 전(前)직장은 주5일제였다. 아이들과 노는 데 충분히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몇달 전 옮긴 지금의 직장은 잦은 야근과 일요일 근무를 해야 하는 곳이다.

"옛날엔 집에서 소파에 누워 TV만 보는 아빠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일에 지치다 보니 저도 쉬고 싶더군요."

그도 어느새 아이들과의 교감에 조금씩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윤호의 유치원 교사가 집으로 연락을 해 왔다. 평소에는 활달하던 윤호가 쉽게 우는 아이로 변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빠의 공백을 느낀 것. 그 뒤부터 서씨는 아무리 피곤해도 같이 있을 때만큼은 함께 논다.

"예전엔 아내에게도 퇴근 시간을 주려고 퇴근한 뒤에 집안일을 나눠 맡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요즘에는 제가 설거지 한번 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열심히 노는 게 오히려 아내를 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가족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피로와 스트레스도 개운하게 풀리지요."

아내 김씨는 남편의 아빠 노릇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치우다 보면 정작 아이들과 열심히 놀지는 못하는 게 대부분의 엄마들. 어쩔 수 없이 규율부장 노릇을 해야 한다. 자상하고 다정한 부분을 남편이 맡아주면 균형 있는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노는 방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일단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아 보세요. 첫발만 내디디면 그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만들어가게 돼요."

서씨가 다른 아빠들에게 귀띔하는 '좋은 아빠 되기'노하우다.

    *** 서진석씨의 놀이 철학
    -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
    - TV를 끈다.
    - 주중 하루 저녁, 주말 하루 정도는 놀 시간을 낸다.
    -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하게 놀아준다.
    - 한계를 느낄 때까지(최소한 하루 종일)아이를 돌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 아빠 스스로 놀이를 즐긴다.
    - 내 아이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 나는 초보 아빠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 한달에 한두번은 아이 돌보기를 책임지고 아내에게 휴가를 준다.
    - 아빠는 가족의 주말 문화를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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