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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저격’ 윤석열의 ‘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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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가영
이가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가영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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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 법조계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하긴, 요즘 그렇지 않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대놓고 ‘전쟁’을 벌이는 현상은 단언컨대 전무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싸움에 거는 명분은 같다. 검찰개혁이다. 그러나 접근하는 방법론, 특히 어법에서 두 사람은 확연히 다르다.

5선 의원·여당 대표 출신의 정치인 추 장관은 명분을 챙길 목표를 윤 총장으로 삼고, 무기로는 저격을 고른 듯하다. 취임 이후 인사 및 수차례의 수사지휘권 행사, 이른바 ‘커밍아웃’ 검사의 사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 등의 과정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윤 총장이 문제다.” ‘사표 쓰라’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타깃을 직접 겨냥하는 추 장관의 특성은 ‘커밍아웃’ 검사들과의 설전에서도 드러났다. 젊은 검사들이 내부 통신망에서 몇 마디 한 걸 두고 직접 참전해 “손 보겠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던졌다. 숫자가 늘자 일선 검사들과 척을 지는 건 유리하지 않다 판단했는지 국민청원 응답에서 “총장의 중립성이 문제”라며 총장과 검사들의 선긋기를 시도했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전방위 저격에 나선 장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대세 트롯 가수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란 노래가 떠올랐다(feat. 조국 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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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추 장관과의 직접 충돌을 피해왔다. 올 국감에서 사실상 처음 추 장관을 비판했지만 장관 본인이 아닌 지휘권 행사와 ‘부하 취급’에 대한 것이었다. 대신 그는 검찰개혁의 요체를 검사의 사명과 연결짓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지난 3일 법무연수원 강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그것을 통해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이 검찰개혁을 화두로 던진 메시지 중 국민과 검사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추 장관의 윤 총장 저격은 타깃에 대한 분명하고 지속된 공격으로 정치적 의미를 지닐지는 모르지만 “윤 총장만 떠나면 검찰개혁이 완성되나”란 반문에 더욱 힘이 실어줄 뿐이다. 윤 총장의 “진정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사명이란 원론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에 이어 또 하나의 어록으로 남을 것 같다.

이가영 사회1팀장